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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길 3

슬렁슬렁 2013. 10. 31. 12:21

06:39. 오늘 강제된 도보 마감시간은 13:00

 

 

우린 헐 수 있다 ~

 

 

청렴한 선비의 돌아가는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조촐하다. 다산

 

 

말씀만 챙긴다.

 

 

난 양말도

 

 

 

낯선 곳, 이른 아침 도보에서 만나는 빛의 선물

 

 

 

 

 

 

갑자기 나타나는 강진만에 가슴이 설레나

 

 

명발당에서 사초리를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 방파제

 

 

어제 남은 오리지널 강진 동동주가 꿀맛이다.

 

 

 

 

 

 

김양식장도 보고

 

 

 

강진 토박이 회원님의 해설은 바람으로 받으며 가다

 

 

마을 남자 어른

 

 

마을 여자 어른

 

 

일의 순서상 일 하는 사람, 쉬는 사람이 따로 있을 수도 있겠지.

 

공자의 제자 재여가 낮잠을 자다가 스승한테 들켰다. 공자 가라사대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똥덩어리 흙담장은 흙손질로 담듬을 수 없다. 재여 같은 이를 꾸짖어 무엇하겠는가?"

 

재수없는 재여는 낮잠 한번 잘못 잤다가 이천년 동안 '공자조차 포기한 제자'로 이름을 날린다 ㅜㅜ

 

3시간을 내리 걸은 후 막간을 이용해 발에게도 강풍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갯벌

 

 

 

포토샵의 merge 기능을 이용하여 욕심껏 겹쳐 붙였다 

 

 

 

자연의 섭리대로 만들어진 물줄기

 

 

꼽사리 낀 인간의 길

 

 

다 노력하는 자의 것이니

 

 

 

그건 각자의 방법과 지혜에 따를지니

 

 

 

 

 

 

 

갱장히 혼란스런 마을 이름이었다.

남창휴게소, 남창모텔, 남창성당, 남창유치원, 남창슈퍼 ...

정확한 지명은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차경마을.

이 아니고 이 이다. 창고의 남쪽 지역.

 

 

기사식당의 백반으로 점심을 먹었다. 창고가 있던 마을답게

가장 저렴한 보통급으로 시켰는데도 낮술이 부족할 정도로 푸짐한 반찬이 줄줄 ...

 

 

일박이일의 여정, 달마지 마을회관부터 강진터미널까지 행운도 많이 따랐다.

 

 

또 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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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길 2

슬렁슬렁 2013. 10. 31. 11:48

점심을 먹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하늘이다 ~

 

 

산림조합추모관 짓인듯.

 

 

 

 

 

 

 

백련사 입구의 우거진 동백나무 숲에 가려진 작은 연못

 

 

다산초당과 백련사 간 숲길 초입이다.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된 동백나무 군락지.

 

 

 

 

신라 말에 창건된 백련사(白蓮寺).

그 나마 몇 명의 내방객이 있었으나 우리 일행이 더 많았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

시멘트가 싫다는 뿌리들의 반란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 현판

 

 

 

30년만에 와 보는 곳.

다 뜯어고쳐 놓아 고색이 없다. 

 

 

 

연지석가산

 

원래 있던 연못을 크게 넓히고 바닷가의 돌을 가져다 만든 연못. 연못 가운데 돌을 쌓아 만든 산이 석가산이다. 나무 홈통을 이용하여 산속 물을 떨어지게 만들어 <비류폭포>라고 했단다. 잉어를 기르셨는데 지금도 몇 마리가 놀고 있다. 유배생활이 풀려난 후 제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잉어가 얼마나 자랐는지 묻는 구절이 나온단다. 또 다산은 잉어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시기도 했다니 ...

 

 

다산은 이곳에서 1808년부터 사면 받은 1818년까지 10년을 살았다.

 

 

 

다산이 직접 새겼다고 전해지는 다산초당의 제 1경. 아무런 수식도 없이 자신의 성인 정자만 따서 새겨 넣은 것으로 선생의 군더더기 없는 성품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산수련원의 산책길

 

 

 

댓글 좀 달고!

 

 

 

 

 

 

수련원에 짐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마무리 여정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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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길 1

슬렁슬렁 2013. 10. 29. 18:55

누구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다는데

정말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길을 다닐 때면
늘 무심코 밟게 되는 이름 모를 들풀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나주 영산포 공용버스터미널 앞 새벽을 홀로 밝히고 있는 과일가게

 


두 대의 택시를 대당 4만원에 흥정하고 일행은 짐짝이 된다.

 

 

햇님이 이불을 갤 때 저 멀리 오늘 정오 쯤에 다가갈 산이 보이는데
나무를 베어 항아리 모양의 낙서를 해놓은 짓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여명의 팡파레

 

 

랑동마을을 지나서

 

 

 

 

 

삼남길 7코스 동백길 대문을 여니

 

 

어디에서 누구도 함부로 못 대하는 억새들이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첫날 목표 약 30여 킬로미터

 

 

강진 최고의 명당이라는 금당 백련지

 

 

 

 

 

 

 

 

 

 

 

 

 

 

길 위에서 무서운 게 없는 일행

 

 

영랑생가를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

 

 

 

 

 

 

 

 

 

 

중간에 만난  보은산 고성사 

 

 

 

 

 

 

 

 

한 마리의 강아지만 만났던 인적 없는 고성사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다시 길로

 

  

 

정오를 조금 앞두고 만나는 영랑 김윤식의 생가

 

 

 

생가 집앞의 시문학파기념관 마당

 

 

 

돈나무

   

 

 

 

 

 

 

 

 

  

 

인근에 탑골샘이란 우물의 두레박 형편 ...

 

 

 

허겁지겁

호남의 브런치 백반. 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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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12

이어가기 2013. 10. 25. 18:30

 

 

힘이 장사다

D-day까지도 모두 그랬지

남자라고

 

아기는 총총한 별이 빛나는

우주 공간에서 언뜻 윤곽만 보이는

투명한 크리스털 상자안에 갇혀 있었지

 

아기는 스스로 상자의 안과 밖을 뒤집어

세상과 자신의 위치를 바꾸어놓음으로써

전무후무한 역발상을 실현하였지

 

비록 그 순간도 우주 공간의 한 곳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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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길 27km 걷기

슬렁슬렁 2013. 10. 21. 13:24

27km between 월드컵경기장 and 광진교, 5 hours roug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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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11

이어가기 2013. 10. 21. 13:01

 

 

당대의 번역가이자 신화 저술가
고 이윤기의 산문 추려 모아
‘원문 뒤 숨은 푹 익은 우리말’ 등
번역과 문장에 대한 생각 가득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이윤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1만3800원

 

소설가로 시작했으나 곧 당대의 번역가가 되었고 이윽고 신화 저술가로 이름을 날린 사람. 고 이윤기(1947~2010·사진)의 이력은 이렇게 줄일 수 있을 테지만, 그것으로 족할까.

 

그의 벗이자 문학평론가인 황현산은 이렇게 쓴다. “이윤기가 있었다”고.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경상도 산골 마을의 언어가 있었다. 이 언어 천재는 그리스나 라틴의 고전어뿐만 아니라 첩보요원들이나 감옥의 죄수들이 쓰는 말까지도 제 고향 말과 만나 낯익은 울림을 얻을 때에만 그 언어를 진정한 언어로 여겼다”고.

 

이윤기는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가’란 상찬은 받지 못했을망정 ‘우리 시대의 문장가’라는 수식어가 버겁지 않은 글쟁이였다. 세 해 전에 급작스럽게 타계한 이윤기의 글에 대한 생각, 번역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한 권 책으로 묶여 나왔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생전에 발표된 산문 가운데서 ‘쓰고 옮기는 일’에 관한 글을 추렸다. 그가 걸어온 삶의 갈피가 스며 있어 재미도 나거니와, 읽다 보면 심히 드러나는 그의 문자 중독, 독서 편력에 새삼 ‘징그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첫 글은,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이윤기는 답한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 라고 또 쓰고 싶지는 않다”고. 못 배겨서 쓴 글은 이상하게도 아무 울림도 지어내지 못했다면서도 “그런 글을 쓰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는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 문학을 하는 이유는? 그는 이렇게 에두른다. “문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그렇게 풀렸다.”

 

취학 전엔 한글 딱지본 소설을, 초등학생 때는 만화책을, 중학생 때는 학원사 학생문고를 읽으며 “아, 글이라는 게 세상을 이렇게 넓게 살도록 하는구나. 글 쪽으로 가파르게 기울었다”고 쓴다. 열다섯 살 늦깎이로 중학생이 되어 2학년 때 도서관 사서 노릇을 하면서는 “미당 서정주의 시집을 읽는데, 읽는 족족 암기하게 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쓰고도 그 다음 문장에선 “자랑이 아니다”고 넉살을 부린다. 남들 고등학교 다닐 때 독학해야 했던 그는 “혼자서 영어를 배워 헤밍웨이, 포크너를 읽었고, 일본어를 공부해 미시마 유키오,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다.

 

그는 ‘어찌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고 물으면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되어요” 하고 답한다. 한데 이렇게 쉬운 걸 왜 여느 사람은 못할까?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튼다. 제 글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번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화학적 변화’를 주창한다. 물리적 변화만 일으키는 “그런 번역은 컴퓨터도 해낸”다. 번역은 “사전과의 싸움”이요, “살아 있는 표현을 찾는 일”이요, “원문의 배후에 숨어 있는, 푹 익은 우리말을 찾아내는 일”이다. 가령 ‘나싱 투 루즈’를 ‘더는 잃을 게 없다’고 옮기면? “나무랄 번역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모색을 그만둬선 안 된다. 더는 잃을 것 없는 상황을 우리말로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반드시 그렇게 번역해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거기까지 모색한 뒤에 그 말결에 걸맞은 말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문화의 힘 가운데 상당 부분은 번역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소설 쓰는 행위조차도 “문자 문화를 향한 현상의 번역 행위”로 여긴다. 그런데 그에게 번역가의 명성을 안겨준 <장미의 이름>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비참하게 한 소설”이기도 했다. 잘못 번역한 대목들을 누군가의 지적을 받아 고쳐서 개정판을 냈던 일화를 들려주면서 “오독하고 오역한 것이 매우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책 제목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란 무엇일까. 그 자신이 ‘조르바에게 난폭한 입말을 돌려주기’란 글에서 사뭇 열기에 들뜬 어조로 쓰고 있기도 하지만, 그가 옮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대목이 그 물음에 답한다.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드리지. 자, 갑시다.”

 

‘읽고 쓰는 인간’인 ‘나’ 앞에서 ‘살아 버리는 인간’ 조르바의 춤은, 이윤기가 전하는 카잔차키스의 말을 옮기자면, “메토이소노”(거룩하게 되기)이다.

 

그는 1977년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로 등단한 뒤 번역의 길에 들어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롯해 200여권의 책을 옮겼고, 2000년대 들어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가 일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 독서계에 신화 붐을 일으켰다.

 

‘바닥을 기어본다는 것’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1991년 내 나이 마흔다섯 되던 해. 문득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 번역도 내게는 중요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해에 그는 외국행을 택했다. 그곳에서 바닥부터 박박 기었고, 그 덕에 소설가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술회한다. 그러곤 소설 <숨은그림찾기1-직선과 곡선>으로 1998년 동인문학상을, <두물머리>로 2000년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그것으로 성에 찼을까? 그는 문단의 주류는 아니었다. 생업으로 시작한 번역은, 물론 생업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긴 했을 터이지만, 그에게 ‘이 시대의 소설가’라는 수식어는 꼭 가닿고 싶은 밤하늘 별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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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2

이어가기 2013. 10. 19. 07:50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주차장 입구부터 성지 전구간까지

 

세 번 정도 쉬면서 돌아보실 수 있었는데

 

 

보행기에 의지하시고도 100여 미터를 못 걸으셨다.

 

 

휠체어를 가져왔기에 앉아서 둘러보셨다.

 

두 탈것을 차에 싣고 내리고 왕복하다 보니 오른쪽 보청기가 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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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10

이어가기 2013. 10. 16. 16:33

 

 

이사도라 덩컨?

강은미?

풋! 그냥 웃지요.

 

달빛자르기 기본자세닷!

 

무능한 아버지, 도플갱어 등
공통된 모티프 두드러져
순대·복숭아·카레 등 소재로
‘코스 요리’ 같은 단편집

여름의 맛
하성란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하성란의 소설집 <여름의 맛>에는 단편 열 작품이 묶였는데, 그중 셋이 주요 문학상 수상작이다.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알파의 시간>과 같은 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그 여름의 수사>,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가 그것들이다. 그가 한국 문학의 단편 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수상작들을 포함해 이번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몇가지 공통된 모티프가 두드러진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의 존재가 우선 눈에 뜨인다. <알파의 시간>과 <그 여름의 수사> <1968년의 만우절>이 대표적이고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역시 어느 정도는 같은 계열이라 할 만하다.

 

<알파의 시간>에서는 멀쩡한 교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한답시고 실속 없이 전국을 떠도는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가 시장통 순대골목에서 음식 장사에 나선다. 딸의 시점을 택한 소설은 그 시절로부터 20년 뒤, 치매 환자가 된 채 침대 신세를 지고 있는 엄마가 내뱉은 의문의 한마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쉬었다 가세요…” 순대골목 여자들이 손님을 끄느라 외치곤 했던 이 말이 생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고 있는 엄마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나.

 

딸의 회상은 그 시절 족발을 조리면서 유행가를 흥얼거리던 엄마를 되살려낸다. 그리고 순대골목 여자들에게 얼음을 대주던 사내(“기껏해야 얼음을 ‘어름’으로 아는”)와 엄마 사이에 있었을 모종의 사연, 그로 인해 “여자들에게 뭇매를 맞”던 엄마의 모습으로 회상은 이어진다. 그 회상의 끝에 화자 ‘나’가 도달하는 결론은 이런 것이다.

 

“그해 봄에서 여름까지의 5개월이 우리에게는 ‘발 하나 없는 돼지의 공포’였지만 엄마에게는 붉고 푸르던 고명의 시절이 아니었을까, 아직까지 나는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다.”

 

<그 여름의 수사>에는 서울의 교직을 그만두고 지방 소도시에서 가게를 한다고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화자인 열한살짜리 여자아이 ‘나’는 필요한 용건이 있을 때마다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전보를 친다. 기본 요금을 넘지 않기 위해 하고픈 말을 열 자 안에 우겨넣는 ‘수사’(修辭)가 ‘나’의 몫이다. 섬에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에도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아버지를 찾아 식구들이 소도시의 문 닫은 옷가게로 찾아갔을 때 아버지는 혼자서 곤로에 하지감자를 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바라던 삶은 뽀얀 하지감자를 삶을 때의 고요함인지도 모른다.”

 

<1968년의 만우절>에는 무능한 가장이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등장한다. 크고 작은 거짓말로 평생을 버텨 온 아버지는 이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병원 침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자 ‘나’의 남편은 팔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해째 영화판을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다. 장인의 임종 소식보다는 제 시나리오가 망한 게 더 가슴 아파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퍼부으며 우는 남편을 보며 화자는 생각한다. “내 앞의 이 낯선 남자는 누구일까.” 그 남편과는 결국 이혼하지만, 화자는 “아버지가 했던 거짓말 중의 최대 거짓말”인 “1968년 만우절의 거짓말”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은 안다.

 

<두 여자 이야기>와 <순천엔 왜 간 걸까, 그녀는>에는 나란히 도플갱어 모티프가 나온다. <두 여자 이야기>에서 80년 5월 광주로 짐작되는 “그 일”에 관한 연민과 죄책감, 그리고 <순천엔…>에서 납치 및 인신매매에 대한 관심과 염려를 전달하는 데에 이 모티프는 효과적으로 쓰인다. 표제작의 복숭아와 <카레 온 더 보더>의 카레,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의 삼겹살처럼 음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유머 코드가 책 곳곳에 박혀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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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9

이어가기 2013. 10. 14. 12:46

 

 

6개월 째였나? 외가댁에 놀러가서 개울가에 앉았지. 물론 아가는 엎어져 있었고. 몸을 뒤적일 수 있었을 때였으니. 문득 모래를 만지는 거야.

 

'아, 그래. 아가가 처음 만지는 자연 속의 사물이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흙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떠올랐지.

 

찌찌, 하면서 손을 털어주었지. 아가는 처음 접하는 그 촉감을 음미하는 듯 했어. 그러다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갑자기 모래를 한 움큼 집더니 막 주물르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앜 ~~~ ㅎ 

 

과학자의 관찰 노트
마이클 캔필드 엮음, 김병순 옮김
휴먼사이언스·2만4000원

 

지난달 덕유산 향적봉 식물탐사 때였다. 구절초, 산오이풀, 용담…. 가을 야생화를 보자 모두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바빴지만 한 대학생은 작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리기 시작했다. 식물의 특징적 부분은 따로 그리고 여백엔 설명을 넣었다. 하산길에서 확인됐지만, 간편하고 빠르게 사진을 찍은 이들보다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대학생이 식물을 훨씬 자세하고 깊이 있게 기억했다.

 

자연사학자이든 자연애호가이든 자연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요즘은 디지털 기기가 대세이지만 다윈 이전부터 자연사 연구자가 기록하는 오랜 전통은 ‘종이와 연필’을 쓰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관찰 노트를 작성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자연사 연구자 12명의 관찰 노트를 소개한다. 그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연구에 활용하는지를 들려준다.

 

기록은 자연 연구자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조지 샬러는 1980년 당시 보전의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대왕판다를 며칠씩 따라다니며 똥덩어리의 수와 크기, 무게, 성분을 기록했다. 하루에 97개의 똥을 누고 대나무가 대부분인 그 무게가 20㎏이 넘는 것을 밝혔다. 판다 서식지 보호에 나설 기초자료가 이렇게 쌓여 갔다. 관찰 노트를 작성하는 건 단지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얻는다. 현장에서 관찰한 것을 나중에 옮겨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통찰이 나오기도 한다.

 

‘달리는 과학자’로 유명한 베른트 하인리히는 길바닥에 떨어진 나무 잎사귀에는 유독 벌레 먹은 게 많다는 메모를 해 두었는데, 나중에 벌레의 천적인 새들이 벌레 먹은 흔적으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벌레가 먹던 잎을 떨어뜨린다는 발견으로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또 그림 솜씨와 무관하게 관찰 노트에 그림을 넣으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그림은 사진과 달리 눈과 함께 머리로 그리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표현한다. 유명한 식물도감과 조류도감이 그림으로 돼 있는 것도 특징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데는

그림이 사진보다 윗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이자 동물학자인 조너선 킹던은 “연필은 … 보이지 않는, 문제가 되는 조직을 찾으려고 애쓰는 외과 의사의 절개용 메스와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 속에서 현장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과 그들의 ‘종이와 연필’ 사랑을 엿보게 해 주는 책이다. 오죽하면 사회생물학의 거장 에드워드 윌슨은 자신에게 천국은 탐사할 자연과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가 있는 곳이라고 했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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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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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역에서 버스 타러 가는 8인

 

 

다산길 5코스는 피아노화장실이 출발점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거다. 출발점에서 출발하자고.

 

 

이 길로 들어갔다 다시 이 길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2분은 그냥 남으시고 ...

 

 

 

깨끗하나 비좁다

 

 

첫 번째 만난 정상에서의 풍광이 압권이다.

날씨 좋으면 서울 대문이 보인데서 문안산인 그 산보다

이곳이 비록 두세 평밖에 안 되는 공간이라도 조망이 낫다 싶었다

 

 

방금 다녀온 피아노 화장실과 그 주변이

마치 미니어쳐 세트장처럼 펼쳐져 보인다

 

 

북한강과 주변의 산맥

 

 

 

죽어 스스로 십자가가 된 나무

이 나무를 만나면 그 직전에 좌측으로 길을 내려가야 한다

 

 

정말 맛있었습니까?

 

 

아멘!!!

(길 위의 역사학)

 

 

 

사실 다산길 5코스는 3 분의 2 이상이 산행이었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입에 육두문자를 달지 않고는

걷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비친화적인 도보길이었다는 ...

  

 

10월의 일교차도 컸지만

양지와 음지의 기온차도 컸다

 

 

도착지를 약 2키로 남겨 놓고 묘지터와 동네 뒷골목 등으로

보물찾기 하듯 나무에 걸린 이정표를 찾으며 걷는다 

 

야트막한 산중턱을 꿰차고 앉아

곧 등장할 석양을 기다리는 묘지들

 

 

오성과 한음의

그 한음 이덕형이 생을 마감한 별서터

 

 

말의 좌측에 있는 돌이 하마석이다.

'이 역은 내리시는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위험하오니 ...'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400년인 보호수로

앞 쪽 나무의 밑동에서 새 가지가 나고 있었다

 

 

마침 귀가하던 어린 소녀를 보고

다함께님이 용돈을 쥐어 주는 광경이 매우 이채로웠다

 

저 멀리 길게 능선의 자태로 늘어진 운길산역이 눈에 보일 때

 

 

마무리 운동을 강요하듯 생태체험길인가 뭔가가 나타났다.

 

 

다시 두 분은 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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