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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14 엇갈린 운명
  2. 2018.08.02 탄천, 駒城: 각인 효과
  3. 2018.07.19 탄천, 牡丹: 헤브학습(hebbian learning)
  4. 2018.07.10 탄천, 駒城: 연탄의 추억
  5. 2018.07.02 탄천, 亭子: touch
  6. 2018.05.08 不在
  7. 2018.04.27 달리기
  8. 2018.04.14 탄천, 양재역 - 정자역
  9. 2018.03.30 중랑천, 하계역 - 수락산역
  10. 2018.02.07 仁王山

엇갈린 운명

슬렁슬렁 2018.08.14 04:37



잠시 

이승에서나마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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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이우환 작가의 관계항 시리즈 작품들은 사실 별 거 없다

돌덩이 두어 개와 철판 두어 장의 구성이 전부다.

그걸 수많은 버전으로 우리고 진화시켜 

세계의 유명 장소에서 Relatum이란 타이틀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지금은 작가가 관계항이란 이름으로 돌 하나만 놓아두어도

관객들은 그걸 화두 삼아 이우환식 상상의 나래를 펼 지경이다.



맥락에 맞지 않게 가족 간에 날 선 설전이 오갈 때가 

있었다, 있다, 있을 것이다.

왜 갑자기 소릴 지르고 난리냐, 고 조금 더 큰소리로 맞받으면

내가 먼저 안 그랬거든, 이 정형화된 불굴의 답변이다

(그럼, 내가?)

신속히 단기기억력을 되돌려 상황을 복기한 후

선이 이랬고 후가 저랬는데

너 지금 어디서 잘났다고 되레 큰소리냐~! 하고 일갈하면 이제

질문(힐난)이나 부탁(지시)으로 시작된 대화가 감정의 갈등으로 치닫는다.



난 아직도 오리라는

이 관성의 법칙.


자괴감이 하늘을 찌르던 사춘기 시절, 최고의 행복은 잠자리 이불 속에서 듣는 음악방송

마지막 곡으로 Simon & Garfunkel의 Sound of Silence가 나온 날은

'좋은 꿈' 어쩌고저쩌고하는 DJ의 상투적인 마무리 멘트가 사실이 되기도 했지.

'천사의 화음'이라고 칭송 받던 이들의 음악은 오직, 하정우 뺨치게

밥먹기 하나만 잘 했던 아이에게 유일한 정서적 영성체.

시는 읽어야 맛이듯 노래도 불러야 맛이지만 가사도 제대로 몰라

시도 때도 없이 부르던 구절은 '... sound of silence'가 전부였으니

동생도 듣기가 좀 민망해졌나, '왜 거기만 불러?' 아픈 데를 제대로 찔렀지.


큰소리의 발원지는 ★☆가 아님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의 양심이 증거한다 하더라도

發話는 순간 그 말에 실린 억양과 눈빛, 당시의 상황에 따라

★☆가 뱉은 말은 상대에게 뇌성이 될 수 있고 강아지풀도 된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언어를 개발해 온 이래로

옹알이를 시작하는 아기들은 낱개의 명사와 함께

명사, 문장 이면에 있는 눈치코치의 세계를 같이 익힌다.


대놓고 거짓말 하자는 결심이 없다면

가족 간의 대화에서 말이 번드르르할 필요가 있냐?

누가 먼저 큰소리를 질렀는지 따지는 게 소용이 있냐?

그냥

'남은 오리고기는 내가 다 먹었어.'라고 드라이하게 전하면 된다.


수용체에 각인 된 인물 아카이브는 입력정보의 심층적인 의미를 이해하더라

깨어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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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If neurons fire together, they wire together.






아이스크림을 달고 사는 아이의 엄마에게 물었다.

"명색이 의사라는 분이 사달란다고 다 사줘?"

"좋아하는 걸 어떡해."

단 것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진화심리학에서 그 이유가 밝혀졌다.

아마 아이스크림은 육아 과정에서 당근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고

슬기로운 아이는 그 당근의 상시화를 꾀해 그렇게 성공했을 것이다.

아이는 이제 그런 당근들의 상시화를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충분히 알기에

아주 열심히 오직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떤 불평도 말하지 않고 따라주었던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못박은 위계적 강제도 있었지만

언론매체의 역할과 또래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으리라.

언론은 속성상 기계적 중립을 지향하기에 휴대폰 신제품의 간접광고에 동참하면서도

이들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양념으로 또는 가뭄에 콩 나듯 메인으로 보도했고,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학교생활에서 목격하는 휴대폰의 사용법과 용도에 대한

자신들 나름대로의 관찰과 비평적인 판단이 그들의 금욕생활에 힘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 겨울철 오전, 봉은사 앞 버스정거장에서

아가는 한 아주머니에게 따끔하게 혼이 났다.

창졸간에 당한 개입이라 정확한 워딩이 생각나지 않지만

녀석의 막무가내 똥꼬집에 대한 짧고 강한 질책이었다.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굳이 제삼자의 훈수질이 필요하거나 예상하고 있지 않았기에

아주머니의 느닷없는 간섭은 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아이는 고집을 꺾고 그 앙증맞은 손을 내밀었다

마치 세상은 사랑이어라 알던 놈이, 

어, 뭐야. 꼭 그렇지만은 않잖아! 깨달은 양.

 

아빠 되는 이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바로 문제의 핵심에 초점을 맞춘 채

한 방의 절묘한 개입으로 길거리 사태를 해결한 아주머니.

그 분의 능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Christian Keysers의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The Empathic Brain>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거울뉴런을 통한 인간의 미러링 과정에서 사회화되게 진화된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모범을 시연하셨고

아이는 직관적으로 꾸중의 이유를 이해하고 행동을 시정하였고

머리숱만큼 빈약한 시냅스를 소유한 누구는 지금에야 그 사회적 관계를 되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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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숯 색깔의 물은 어떤 느낌일까?


연탄불이 꺼져 있는 아침은 정말 곤혹스럽다

하루에 보통 2장 정도를 가는데

어쩌다 교체 시간이 밤중이나 새벽으로 밀릴 때는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알면서도?


이때는 마당에 면한 쥔집 건넌방의 아궁이에서 생탄을 빌린다

(고 말하지만 아마 최초의 시도는 쌔빈 거나 마찬가지였겠지)

우리 집의 RGB #000000 원색의 연탄을 넣어주고 살아 있는 놈을 가져오는데

가끔은 그 집 밑불이 죽어있거나 간당간당할 때가 있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최악의 날은 잔불만 남은 놈을 가져왔다가 양쪽 집 불이 다 꺼진 어느 겨울철 아침.

그것뿐이었을까?




'한밤의 음악편지'와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 

야밤에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연탄가스중독은 서민의 트랜드 같았다.

첫 날, 학교에 잘 다녀온 다음에 내가 새벽에 죽었다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커먼 귀신이 나타나 따라오라며 손을 내뻗자

어머니는 고함을 치고 뿌리치며 저항하시다 눈을 떴는데

방안의 냄새와 분위기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방문을 활짝 열고 내려다보니

아들이 사지를 뒤틀며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지.

들려주신 방법이 조금 급진적인 것같지만 여튼 당신의 인공호흡으로

살아났다니 이 몸은 어머니로 인하여 두 번이나 태어남을 당한 거지.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당신은

나에게 나타나는 모든 육체, 인지, 정서적 불량의 원인으로 그 가스 탓을 하시곤 했다.

그러면서 그 여편네는 박카스 한 병으로 퉁치고 넘어갔다는 후렴을 꼭 덧붙이셨고.


정말 그것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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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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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不在

슬렁슬렁 2018.05.08 05:57




반려(伴侶)라는 미명하에 자유가 없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는 자 안전모가 없고

도열한 안전모들 사용자가 없고

도로 위에서 횡사한 비둘기 운도 없지



어버이날 가슴을 치는 始原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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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슬렁슬렁 2018.04.27 12:45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하자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다 

가속도가 붙으면서 온몸을 휘감으며 빠르게 흐르던 바람의 물결

물결이 파도로 바뀌자

허둥대는 마음은 두 다리가 따라갈 수 없는 임계점.

머리가 허공을 박자 다리도 뒤를 따르며 나는 운동장 흙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손바닥도 무릎도 까져 아팠을 텐데 기억에 남는 건

혼자만 넘어졌다는 창피함과 당혹감, 수치감



부엌문 앞부터 건넌방 앞까지 마루 위를 

뜨그덕뜨그덕 말발굽 소리 내며 달린 스팔타카스 풍의 말타기 말고

제대로 된 운동장에서 팔과 다리에 힘까지 주면서 달려야 함을 지도하신 분

국민학교 1학년 때 새로운 갑을관계의 세계를 암시하며 등장했던 ㅅㅂㅅ 선생님.



앞으로나란히의 정확한 자세를 알려주시고, 행진중에는

하나 둘 셋 넷을 넘어 둘 둘 셋 넷, 셋 둘 셋 넷까지 거침없이 나아가셨고

내 생애 첫 수업 시간인 국어시간에 

네모 칸들이 찍힌 공책에 각자의 이름을 써보라고 지시하시곤

아래를 훑어보시며 천천히 책상 열 사이를 지나가시다

성을 쓸 때 자음과 모음을 한 칸에 다 집어넣어야 하나 

밥상 위의 젓가락, 숟가락처럼 따로따로 놓어줘야 하나

고민하면서 진땀을 흘리고 있던 나에게

'한 칸에'하시며 곱고 투명한 긴 손가락으로 엷은 하늘색 칸 하나를 동그라미로 그리셨고

어떤 수업중에 한 여자 아이가 오줌을 쌌다는 신고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시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셨고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끔 들려주시곤

당신의 뱃속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가득 차 있어 또 끄집어낼 수 있으니

말 좀 잘들어라, 신신당부를 하셨고

가정방문 때는 내 손을 잡고 가다 한길에서 자전거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자

잠시 기다려서 자전거를 먼저 보내고 바로, 여유 있게 그 뒤로 돌아 길을 건너시던

늘 검정색 투피스를 입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시던 흰 얼굴의 처녀 선생님.



무릎에 발랐던 아까징끼(옥도정기, 머큐로크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무릎을 어떤 각도로 굽히느냐, 아니면

어떤 각도에서 또는 하루 중 어느 때에 관찰하느냐, 

그게 실내냐 실외냐 등에 따라

상처 위 빨간색 약물은 반짝이는 오렌지색부터 어두운 적색까지 

매우 다양한 질감의 색들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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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얘는 어떻게 바깥에만 나갔다 오면 욕이 하나씩 늘어.


엄마가 자랑 반 한탄 반으로 늘어놓으시던 레퍼토리

그래서 그랬는지 밖에는 아예 나가지를 못하게 했다

그렇다고 집안에 딱히 놀거리가 있었던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집요하게, 기관총처럼 생긴 당시 내 한 팔 길이의

쇠로 만든 빗장을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열고 나가곤 했다.



비가 오신 직후, 초겨울 어느 날에도 그렇게 나갔다

골목을 벗어나 독공장을 왼쪽에 놓고 신작로를 타고 100미터쯤 가다

중앙국민학교 앞 구멍가게를 타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가면 나타나는

만화가게의 유리문에 진열된 만화책 표지 디스플레이를 일별하고

또 다시 왼쪽으로 꺾어 무슨 한의원을 지나 첫 사거리로 가면

왼쪽에 만화방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에서 다시 비슷한 디스플레이를 감상하고

10여 미터를 내려와 다시 왼쪽으로 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는 게

극소수의 루틴한 혼자만의 문화산책 일정이다.



가끔 있었던 현상으로, 그날은 대문이 닫혀 있었다

아마 문 열어달라고 엄마를 불렀을 것이나 기척이 없다

어린 마음에도 이건 체벌임을 알아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근처에 떨어져 있던 아이스께끼 나무 막대를 집어

지나가던 지렁이를 불러 데리고 놀면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있는데

한 아저씨가 갑자기 골목으로 뛰어들더니

숨을 헐떡이면 양갈보가 산다는 대추나무집 쪽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고개를 떨구고 다시 흙 위의 지렁이가

내가 구축한 흙벽 너머로 못 나가게 막고 있는데



또 한 아저씨가 후다닥 나타나서 나를 내려다보며

‘지금 사람 하나 지나갔지?’ 물었다

‘응.’ 하고 대답하니, 어디로 갔냐고 다그친다

올려다보니 그의 콧구멍이 무섭게 벌렁이고 있었다.

왼손으로 첫 번째 아저씨가 뛰어간 곳을 가리키기가 무섭게

그는 대추나무집 쪽으로 뛰어서 사라졌다.

둘 다 처음 접하는 산도둑놈들 같은 몸짓과 태도였지만

두 번째 아저씨의 달리기 속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새 지렁이는 성벽을 넘고 있었다.

당시에도 지렁이에 대한 지식은 상당했다.

주로 비가 오신 후에 혼자 나타나 싸돌아다닌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소금을 뿌리면 광란의 춤을 춘다는 사실은 직접 실험해 보기도 했고

녀석을 손으로 만졌다면 절대 그 손을 이용해

오줌 싸면 안 된다는 위생관념도 갖고 있었다.

어디선가, 만약 그러면

내 거시기가 굉장히 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쫓아갔던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더니 내 앞에 딱 선다

“어린 새끼가 벌써부터 거짓말 하냐, 이 ㅆㅂ놈의 새끼야!”

그는 사정없이 구둣발로 왼쪽 무릎을 걷어찼다.

뒤에서 대문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아마 난 날아갔겠지

그나마 한 대만 때렸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눈물이 났었겠지.

어머님 말씀 안 듣고 몰래 산책한 벌칙이 그렇게 시행된 것이지.

그렇게 욕을 배웠다.


집에서는 제일 시커먼데 밖에 나가면 또 제일 하얗다던

그 어린아이를 힘차게 걷어찼던 아저씨는 

대한민국 제2공화국 시절에 골목길로 도망쳤던 아저씨는

다들 어떻게 됐을까?




炭川

우리말로는 물색깔이 숯색깔이라는 숯내

경기도 용인의 석성산에서 발원하여 

송파구와 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는 총연장 36.5 km의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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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浪川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원하여 의정부시, 서울 북동부 일대를 거쳐

성동구의 금호, 성수 부근에서 한강과 합류해 서해를 보며

모든 눈물을 가운데서 섞어 이름 빼고 흘려보내는 내.


Soolaimon -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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