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52: 포지션

이어가기 2019. 3. 4. 07:46

항상 신발들을 가지런히 놓고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다

문 꼭 닫고




어린 시절에 이미 신구약 성경부터 체르니를 완독하니

옛날 소녀시대를 빼곤 미색을 탐하긴 커녕 눈길도 주지않고

오밤중에 신세 진 경찰차에는 꼭 감사인사를 잊지않으려 노력하고

개수대에 식기 쌓이는 꼴을 못 봐 늘 혼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염려하여 언론은 극신중하게 골라 구독하고

어른이 늦으신다 싶으면 꼭 문자로 문의하여 염려를 놓고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지 않는다고 빤히 쳐다보기는 커녕

숫가락을 놓을 때는 꼭 자루 부분이 제 쪽에 오게 놓아

상대방에게 삿대질하는 모양이 되지 않게 배려하는

정말 굉장히 




사려 깊고 세심하고 자상하게 변신하는, 그런 추억을 갖고 싶다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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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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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탯줄 자국이 선명하고

창을 향한 시선은 바닥에 꽂힌다.


대기석에서 시시덕거리던 백두 혈통과 하이테크 꼴통은 

오찬 식탁에 오른 나이프와 포크를 감싼 냅킨을 풀지 못했다 

메뉴의 선택부터 식대 정산, 이쑤시개 재질까지 합의가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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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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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싼다

슬렁슬렁 2019. 2. 24. 06:51


싸자고 먹고, 먹는 게 삶의 목적인 개도 있지만

대개는 살자고 먹고, 먹자고 싼다.

떠나보내는 행위는 하루중 가장 경건한 의식이다.





손에 똥 묻히기 싫으면 나오질 말자.

삶은 태생적으로 타자의 희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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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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