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싼다

슬렁슬렁 2019. 2. 24. 06:51


싸자고 먹고, 먹는 게 삶의 목적인 개도 있지만

대개는 살자고 먹고, 먹자고 싼다.

떠나보내는 행위는 하루중 가장 경건한 의식이다.





손에 똥 묻히기 싫으면 나오질 말자.

삶은 태생적으로 타자의 희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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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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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마신다

슬렁슬렁 2019. 2. 22. 06:00

직박구리







예닐곱 마리쯤 될까

서로 찍어달라고

잘 찍어달라고

교대로 구멍을 차지하며 수다 한 모금

간혹 순번이 헷갈릴 때는 핏대 대 핏대

우물가 아낙들 즐거움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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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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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슬렁슬렁 2019. 2. 19. 08:18



하루도 쉼 없이 달렸던 때가 있었다

달리기 위해 잠자리에 들고

운동장 가자고 눈을 뜨고

버스를 타도 서서 가고

승강기는 경멸하고,

칭송할지어다

흐르는 

땀 !



묵주 쥐고

성부자령 데리고

차 타고 가서 달리고

새 신발 사는 재미로 달리고

개나리 진달래 사열하며 달리고

골프장을 가로질러 욕 먹으며 달리고

빗물, 눈발이 달지 않냐, 감탄하며 달리고

아이들 인라인스케이트와 한강남단을 종주하고

여명의 별똥별이 더 이상 안 떨어질 때까지 달리고

내일은 약속이 있으니 오늘 달리기는 조석으로 두 탕

내 몸의 건강은 집안의 행복 아니더냐, 세뇌하며 달리고.



그러면서도 정작 한 번도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시도한 적도 없었다.

영민한 아들이 물었지.

밥 나와 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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