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2

이어가기 2013. 10. 19. 07:50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주차장 입구부터 성지 전구간까지

 

세 번 정도 쉬면서 돌아보실 수 있었는데

 

 

보행기에 의지하시고도 100여 미터를 못 걸으셨다.

 

 

휠체어를 가져왔기에 앉아서 둘러보셨다.

 

두 탈것을 차에 싣고 내리고 왕복하다 보니 오른쪽 보청기가 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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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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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10

이어가기 2013. 10. 16. 16:33

 

 

이사도라 덩컨?

강은미?

풋! 그냥 웃지요.

 

달빛자르기 기본자세닷!

 

무능한 아버지, 도플갱어 등
공통된 모티프 두드러져
순대·복숭아·카레 등 소재로
‘코스 요리’ 같은 단편집

여름의 맛
하성란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하성란의 소설집 <여름의 맛>에는 단편 열 작품이 묶였는데, 그중 셋이 주요 문학상 수상작이다.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알파의 시간>과 같은 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그 여름의 수사>,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가 그것들이다. 그가 한국 문학의 단편 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수상작들을 포함해 이번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몇가지 공통된 모티프가 두드러진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의 존재가 우선 눈에 뜨인다. <알파의 시간>과 <그 여름의 수사> <1968년의 만우절>이 대표적이고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역시 어느 정도는 같은 계열이라 할 만하다.

 

<알파의 시간>에서는 멀쩡한 교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한답시고 실속 없이 전국을 떠도는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가 시장통 순대골목에서 음식 장사에 나선다. 딸의 시점을 택한 소설은 그 시절로부터 20년 뒤, 치매 환자가 된 채 침대 신세를 지고 있는 엄마가 내뱉은 의문의 한마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쉬었다 가세요…” 순대골목 여자들이 손님을 끄느라 외치곤 했던 이 말이 생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고 있는 엄마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나.

 

딸의 회상은 그 시절 족발을 조리면서 유행가를 흥얼거리던 엄마를 되살려낸다. 그리고 순대골목 여자들에게 얼음을 대주던 사내(“기껏해야 얼음을 ‘어름’으로 아는”)와 엄마 사이에 있었을 모종의 사연, 그로 인해 “여자들에게 뭇매를 맞”던 엄마의 모습으로 회상은 이어진다. 그 회상의 끝에 화자 ‘나’가 도달하는 결론은 이런 것이다.

 

“그해 봄에서 여름까지의 5개월이 우리에게는 ‘발 하나 없는 돼지의 공포’였지만 엄마에게는 붉고 푸르던 고명의 시절이 아니었을까, 아직까지 나는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다.”

 

<그 여름의 수사>에는 서울의 교직을 그만두고 지방 소도시에서 가게를 한다고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화자인 열한살짜리 여자아이 ‘나’는 필요한 용건이 있을 때마다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전보를 친다. 기본 요금을 넘지 않기 위해 하고픈 말을 열 자 안에 우겨넣는 ‘수사’(修辭)가 ‘나’의 몫이다. 섬에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에도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아버지를 찾아 식구들이 소도시의 문 닫은 옷가게로 찾아갔을 때 아버지는 혼자서 곤로에 하지감자를 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바라던 삶은 뽀얀 하지감자를 삶을 때의 고요함인지도 모른다.”

 

<1968년의 만우절>에는 무능한 가장이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등장한다. 크고 작은 거짓말로 평생을 버텨 온 아버지는 이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병원 침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자 ‘나’의 남편은 팔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해째 영화판을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다. 장인의 임종 소식보다는 제 시나리오가 망한 게 더 가슴 아파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퍼부으며 우는 남편을 보며 화자는 생각한다. “내 앞의 이 낯선 남자는 누구일까.” 그 남편과는 결국 이혼하지만, 화자는 “아버지가 했던 거짓말 중의 최대 거짓말”인 “1968년 만우절의 거짓말”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은 안다.

 

<두 여자 이야기>와 <순천엔 왜 간 걸까, 그녀는>에는 나란히 도플갱어 모티프가 나온다. <두 여자 이야기>에서 80년 5월 광주로 짐작되는 “그 일”에 관한 연민과 죄책감, 그리고 <순천엔…>에서 납치 및 인신매매에 대한 관심과 염려를 전달하는 데에 이 모티프는 효과적으로 쓰인다. 표제작의 복숭아와 <카레 온 더 보더>의 카레,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의 삼겹살처럼 음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유머 코드가 책 곳곳에 박혀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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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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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9

이어가기 2013. 10. 14. 12:46

 

 

6개월 째였나? 외가댁에 놀러가서 개울가에 앉았지. 물론 아가는 엎어져 있었고. 몸을 뒤적일 수 있었을 때였으니. 문득 모래를 만지는 거야.

 

'아, 그래. 아가가 처음 만지는 자연 속의 사물이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흙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떠올랐지.

 

찌찌, 하면서 손을 털어주었지. 아가는 처음 접하는 그 촉감을 음미하는 듯 했어. 그러다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갑자기 모래를 한 움큼 집더니 막 주물르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앜 ~~~ ㅎ 

 

과학자의 관찰 노트
마이클 캔필드 엮음, 김병순 옮김
휴먼사이언스·2만4000원

 

지난달 덕유산 향적봉 식물탐사 때였다. 구절초, 산오이풀, 용담…. 가을 야생화를 보자 모두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바빴지만 한 대학생은 작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리기 시작했다. 식물의 특징적 부분은 따로 그리고 여백엔 설명을 넣었다. 하산길에서 확인됐지만, 간편하고 빠르게 사진을 찍은 이들보다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대학생이 식물을 훨씬 자세하고 깊이 있게 기억했다.

 

자연사학자이든 자연애호가이든 자연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요즘은 디지털 기기가 대세이지만 다윈 이전부터 자연사 연구자가 기록하는 오랜 전통은 ‘종이와 연필’을 쓰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관찰 노트를 작성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자연사 연구자 12명의 관찰 노트를 소개한다. 그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연구에 활용하는지를 들려준다.

 

기록은 자연 연구자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조지 샬러는 1980년 당시 보전의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대왕판다를 며칠씩 따라다니며 똥덩어리의 수와 크기, 무게, 성분을 기록했다. 하루에 97개의 똥을 누고 대나무가 대부분인 그 무게가 20㎏이 넘는 것을 밝혔다. 판다 서식지 보호에 나설 기초자료가 이렇게 쌓여 갔다. 관찰 노트를 작성하는 건 단지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얻는다. 현장에서 관찰한 것을 나중에 옮겨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통찰이 나오기도 한다.

 

‘달리는 과학자’로 유명한 베른트 하인리히는 길바닥에 떨어진 나무 잎사귀에는 유독 벌레 먹은 게 많다는 메모를 해 두었는데, 나중에 벌레의 천적인 새들이 벌레 먹은 흔적으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벌레가 먹던 잎을 떨어뜨린다는 발견으로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또 그림 솜씨와 무관하게 관찰 노트에 그림을 넣으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그림은 사진과 달리 눈과 함께 머리로 그리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표현한다. 유명한 식물도감과 조류도감이 그림으로 돼 있는 것도 특징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데는

그림이 사진보다 윗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이자 동물학자인 조너선 킹던은 “연필은 … 보이지 않는, 문제가 되는 조직을 찾으려고 애쓰는 외과 의사의 절개용 메스와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 속에서 현장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과 그들의 ‘종이와 연필’ 사랑을 엿보게 해 주는 책이다. 오죽하면 사회생물학의 거장 에드워드 윌슨은 자신에게 천국은 탐사할 자연과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가 있는 곳이라고 했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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