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9

이어가기 2013. 10. 14. 12:46

 

 

6개월 째였나? 외가댁에 놀러가서 개울가에 앉았지. 물론 아가는 엎어져 있었고. 몸을 뒤적일 수 있었을 때였으니. 문득 모래를 만지는 거야.

 

'아, 그래. 아가가 처음 만지는 자연 속의 사물이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흙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떠올랐지.

 

찌찌, 하면서 손을 털어주었지. 아가는 처음 접하는 그 촉감을 음미하는 듯 했어. 그러다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갑자기 모래를 한 움큼 집더니 막 주물르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앜 ~~~ ㅎ 

 

과학자의 관찰 노트
마이클 캔필드 엮음, 김병순 옮김
휴먼사이언스·2만4000원

 

지난달 덕유산 향적봉 식물탐사 때였다. 구절초, 산오이풀, 용담…. 가을 야생화를 보자 모두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바빴지만 한 대학생은 작은 스케치북을 꺼내 그리기 시작했다. 식물의 특징적 부분은 따로 그리고 여백엔 설명을 넣었다. 하산길에서 확인됐지만, 간편하고 빠르게 사진을 찍은 이들보다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대학생이 식물을 훨씬 자세하고 깊이 있게 기억했다.

 

자연사학자이든 자연애호가이든 자연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요즘은 디지털 기기가 대세이지만 다윈 이전부터 자연사 연구자가 기록하는 오랜 전통은 ‘종이와 연필’을 쓰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 화석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관찰 노트를 작성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자연사 연구자 12명의 관찰 노트를 소개한다. 그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연구에 활용하는지를 들려준다.

 

기록은 자연 연구자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조지 샬러는 1980년 당시 보전의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대왕판다를 며칠씩 따라다니며 똥덩어리의 수와 크기, 무게, 성분을 기록했다. 하루에 97개의 똥을 누고 대나무가 대부분인 그 무게가 20㎏이 넘는 것을 밝혔다. 판다 서식지 보호에 나설 기초자료가 이렇게 쌓여 갔다. 관찰 노트를 작성하는 건 단지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얻는다. 현장에서 관찰한 것을 나중에 옮겨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통찰이 나오기도 한다.

 

‘달리는 과학자’로 유명한 베른트 하인리히는 길바닥에 떨어진 나무 잎사귀에는 유독 벌레 먹은 게 많다는 메모를 해 두었는데, 나중에 벌레의 천적인 새들이 벌레 먹은 흔적으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벌레가 먹던 잎을 떨어뜨린다는 발견으로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또 그림 솜씨와 무관하게 관찰 노트에 그림을 넣으라고 강력하게 충고한다. 그림은 사진과 달리 눈과 함께 머리로 그리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표현한다. 유명한 식물도감과 조류도감이 그림으로 돼 있는 것도 특징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데는

그림이 사진보다 윗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이자 동물학자인 조너선 킹던은 “연필은 … 보이지 않는, 문제가 되는 조직을 찾으려고 애쓰는 외과 의사의 절개용 메스와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 속에서 현장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탐구 과정과 그들의 ‘종이와 연필’ 사랑을 엿보게 해 주는 책이다. 오죽하면 사회생물학의 거장 에드워드 윌슨은 자신에게 천국은 탐사할 자연과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가 있는 곳이라고 했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이어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2  (0) 2013.10.19
Y-10  (0) 2013.10.16
Y-8  (0) 2013.10.10
Y-7  (0) 2013.10.09
Y-6  (2) 2013.10.07
Posted by 바람의 아들
,

운길산역에서 버스 타러 가는 8인

 

 

다산길 5코스는 피아노화장실이 출발점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거다. 출발점에서 출발하자고.

 

 

이 길로 들어갔다 다시 이 길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2분은 그냥 남으시고 ...

 

 

 

깨끗하나 비좁다

 

 

첫 번째 만난 정상에서의 풍광이 압권이다.

날씨 좋으면 서울 대문이 보인데서 문안산인 그 산보다

이곳이 비록 두세 평밖에 안 되는 공간이라도 조망이 낫다 싶었다

 

 

방금 다녀온 피아노 화장실과 그 주변이

마치 미니어쳐 세트장처럼 펼쳐져 보인다

 

 

북한강과 주변의 산맥

 

 

 

죽어 스스로 십자가가 된 나무

이 나무를 만나면 그 직전에 좌측으로 길을 내려가야 한다

 

 

정말 맛있었습니까?

 

 

아멘!!!

(길 위의 역사학)

 

 

 

사실 다산길 5코스는 3 분의 2 이상이 산행이었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입에 육두문자를 달지 않고는

걷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비친화적인 도보길이었다는 ...

  

 

10월의 일교차도 컸지만

양지와 음지의 기온차도 컸다

 

 

도착지를 약 2키로 남겨 놓고 묘지터와 동네 뒷골목 등으로

보물찾기 하듯 나무에 걸린 이정표를 찾으며 걷는다 

 

야트막한 산중턱을 꿰차고 앉아

곧 등장할 석양을 기다리는 묘지들

 

 

오성과 한음의

그 한음 이덕형이 생을 마감한 별서터

 

 

말의 좌측에 있는 돌이 하마석이다.

'이 역은 내리시는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위험하오니 ...'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400년인 보호수로

앞 쪽 나무의 밑동에서 새 가지가 나고 있었다

 

 

마침 귀가하던 어린 소녀를 보고

다함께님이 용돈을 쥐어 주는 광경이 매우 이채로웠다

 

저 멀리 길게 능선의 자태로 늘어진 운길산역이 눈에 보일 때

 

 

마무리 운동을 강요하듯 생태체험길인가 뭔가가 나타났다.

 

 

다시 두 분은 남고 ...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도길 2  (0) 2013.10.31
남도길 1  (0) 2013.10.29
한강길 27km 걷기  (0) 2013.10.21
푸른수목원  (0) 2013.10.07
다산길 4코스: 큰사랑산길  (0) 2013.09.24
Posted by 바람의 아들
,

Y-8

이어가기 2013. 10. 10. 09:34

 

 

전성은의 ‘사랑에 눈뜸’ 교육론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전성은 지음
메디치·1만4000원

 

“내 교육은 실패했어.”

 

36년 전 아버지가 던진 이 한마디로 아들은 평생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안고 살았다.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의 지은이 전성은씨는 국내 첫 혁신학교 거창고를 만든 전영창 선생의 아들이다. 폐교 위기에 놓인 산골의 거창고를 인수해 전인교육의 대명사로 일군 전영창 선생의 삶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다. 그런 아버지의 삶을 물려받은 지은이는 지난 41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이 책에서 그는 평생 천착한 교육의 근본에 대해 살피고 현 시대가 봉착한 교육의 위기를 짚는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하는 사람을 길러 내는 것, 자아 실현을 돕는 것, 기술이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런 것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가 입시 기관으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단연코 “사랑에 눈뜸이 교육”이라 말한다. 사랑에 눈뜬 자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불의나 부패와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가족을 넘어 시대 모순과 마주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교육은 대한의 독립이었고, 군부 정권 시대의 교육은 민주주의였다.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일정 부분 진전된 현 시대에서 교육이란? 평등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지엽적 교육이 아닌 본질적 교육을 스스로 실천하는 그의 삶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여기에 행복을 추가하고 싶다.

행복이 없는 평등과 평화는 위선이지 아닐까 싶다.

'이어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Y-10  (0) 2013.10.16
Y-9  (0) 2013.10.14
Y-7  (0) 2013.10.09
Y-6  (2) 2013.10.07
Y-5  (0) 2013.10.05
Posted by 바람의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