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테이션 코스


새해 병신년의 시작. 몸무게는 불변이나 나이만 한 살 턱.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없고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조물주에 의한 리셋도 불가한 시간의 직진성에 고개 숙일 때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어떤 미래.

쿠퍼는 사랑하는 외동딸 머피를 떼어놓고

지구의 새로운 식민지를 찾아 항성간(인터스텔라) 우주여행에 떠난다.

 

한편, 나라는 좀 망가지고 있어도 옥수수가 식량의 전부만은 아닌 현재,

한 아빠가 딸내미를 앞세우니 뒷세우니 허리춤에 차고

씩씩허게 새해 첫날 한강의 강변도로를 확. 

 

 

전기줄 오선지 위에서 비둘기 리베라 합창단이 베르디의 개선행진곡으로

역사간(인터스테이션) 강변 탐험의 노정을 축하한다.

 

지하철 서울숲역 앞은 현재 젠트리피케이션 대안의 컨테이너 시장 구축과 

그 양옆으로 아파트와 백화점의 건설 준비로 서울숲 연결 통로가 차단되어 있다.

종이짝에 쓰여진 안내판을 따라 갤러리아포레 건물부터 오늘의 여정이 시작된다.

 

 

갤러리정원을 지나 먼저 토끼 사육장을 방문했는데

고양이의 스킨십 환영세리모니가 역대급.

그러든 말든 나의 머피는 제 친척을 만난 듯 토끼에만 몰두하니 ...

 

 

 

우씨, 나 갈거얏.

 

 

어머, 너 있었구나.

옛다, 관심.

동네 고양이들의 행태는 그들 동네의 분위기와 인심을 짐작할 바로미터.

서울숲에서 고양이들 먹이 공급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의 몫.

봉사자들이 거의 여성이라 이곳의 고양이들은 여성들에게 각별한 친근감을 보인다.

인적이 드문 날 오면

고양이가 하염없이 토끼장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광경도 본다.

 

 

토끼 사육장을 지나면 상당한 숫자의 사슴들이 방목 된 생태숲이 나온다.

서울숲에서 강변길로 나가는 방법은

꽃사슴 사육장 위를 관통하는 고가도로를 이용하거나

갤러리정원에서 수도박물관 쪽을 겨냥해 강북도로를 넘어가는 다리를 타거나

(한강의 동서를 조망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강변으로 내려간다)

성수대교 밑으로 통하는 자전거길을 이용하면 된다.

어느 길이든 이정표가 촘촘히 세워져 있고.

 

 

고가도로 위의 머피.

머피의 법칙에는 항상 두 가지 옵션이 따르고

결과는 늘 나쁜 쪽으로 나타난다.

이때 그 결과에 순응하면 그 법칙이 이기는 것이고

결과를 무소유, 영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때 인류는 새롭게 도약한다.

아따, 말은 ~~

 

 

남자는 남자끼리.

아들의 어린시절 놀이판 모토였다.

장애가 있는 듯한 아들과 아빠의 산책 모습.

중력의 법칙 이전에 인류의 DNA에 심어진 혈연의 법칙.

 

 

 

한 아빠가 딸내미를 두 명이나 동원하여 내 야코를 팍 죽여놓는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기억법은 몸을 움직이는 거.

자전거 타기는 한 번만 배워놓으면 관절이 고장 날때까지 유효하다.

쿠퍼가 뜬금없이 우주비행사로 지목된 것은

그가 우주선으로 비행한 경험을 갖춘, 남아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Nolan 감독은 우주의 웅대하고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토성을 배경으로 떠 가는 손톱 크기의 우주선을

광대하고 척박한 얼음 바닥 위에서 벌어진 두 남자의 사투를 보여주었고

 

 

 

기억의 상대성원리에서 볼 때

트래킹은 그 어떤 매체를 이용한 여정보다 뛰어난 여행수단이다.

느릴수록 주변, 자연, 환경, 이웃과의 동화/교감 정도가 진하다.

한반도 둘레길이 우후죽순 꼴이 되는 이유이기도.

 

2016년 2월 12일, 인터스텔라의 자문 교수 킵손이 참여한 연구단체에서

백여 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찾았다고 밝혔다.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한강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바람의 아들은 비정하게 머피를 강변길에 뛰우고 뒤나 졸래졸래 ㅜㅜ

 

그러든 말든

내 이름은 튜니티

 

 

아, 서울시장님이세요?

···

아니, 왜 이렇게 추워욧! 빨리 시내버스 부탁해요.

 

뚝!

사내대장부가 뭐가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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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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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진열

줄거리: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사고는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다. 진짜 문제는

사고의 진실이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있다는 것.

 

 

화장실은 깨끗해요.

 

 

앉아번호, 시작. 야, 너 왜 자꾸 일어나!?

엄마가 가만히 있지 말랬어요.

 

 

맛집 족발의 비결은 미로의 먹자골목을 관통하는 동장군 한파와 주방장 담배연기.

 

 

"얘들아, 대피!"

 

 

제일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이의엄마가무섭다고그리오.

제삼의아빠가무섭다고그리오.

이들의나라가자기도무섭다네.

헐!

 

 

자유의지는 천부인권

올라가던 내려가던 널브러지던

나의 선택, 나의 의지, 나의 희망.

 

 

임채욱: 케이블카를 놓겠다는데,

설악산이 우리들만의 것입니까?

설악산이 지금만의 것입니까?

설악산이 여기만의 것입니까?

설악산이 설악산의 전부입니까?

 

소극적 부정

아뇨.

 

 

적극적 부정

 

 

as firmly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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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등학교

슬렁슬렁 2016. 1. 11. 14:02

 

 

원래 가고자 했던 곳은

프로젝트 아티스트 윤정의 네팔 어린아이들 돕자는 사진전이었다.

마침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이 다녔던 단원고에서 아이들의 반 존치 문제가 있다 해서 가 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희생자 아이들만을 위한 방학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고잔역에서 안산문화예술의 전당까지는 걸어서 10분.

예술의 전당에서 개천을 타고 단원고등학교까지는 다시 걸어서 20분.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아이 중 한 명, 다윤이

생일축하 꽃다발과 과자뭉치, 다윤이만을 위해 제작된 추모 공책.

 

 

한 아빠가 펑펑 울었다.

태극기 아래서

오늘 하루

선생님,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이 돼

방학식에 참석한 시민들도 같이 울었다.

 

방학식은 04:16에 시작했다.

 

 

유민 아빠.

담담하게 방학식을 맞는 소감과

쓰러지지 말자는 부탁과 격려의 말.

 

 

 

 

다시 20분 거리에 있는 합동 분양소.

'언니, 오빠들에게 ...'

또박또박 마음을 전하는 아기들을 볼 때

살아 있는 이 구차함과 미안함에  

나의 나이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싶은 이 충동.

 

 

 

홀로

방학식에 참석한 한 젊은이가 전철을 타기 위해 지하도를 성큼성큼 건넌다.

역사 앞에는 오후부터 던킨 도넛을 팔고 있는 젊은 처자가 그대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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