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쉼 없이 달렸던 때가 있었다
달리기 위해 잠자리에 들고
운동장 가자고 눈을 뜨고
버스를 타도 서서 가고
승강기는 경멸하고,
칭송할지어다
흐르는
땀 !
묵주 쥐고
성부자령 데리고
차 타고 가서 달리고
새 신발 사는 재미로 달리고
개나리 진달래 사열하며 달리고
골프장을 가로질러 욕 먹으며 달리고
빗물, 눈발이 달지 않냐, 감탄하며 달리고
아이들 인라인스케이트와 한강남단을 종주하고
여명의 별똥별이 더 이상 안 떨어질 때까지 달리고
내일은 약속이 있으니 오늘 달리기는 조석으로 두 탕
내 몸의 건강은 집안의 행복 아니더냐, 세뇌하며 달리고.
그러면서도 정작 한 번도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시도한 적도 없었다.
영민한 아들이 물었지.
밥 나와 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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