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부모 /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부모 / 김소월
시로 읽자, 우리 역사
강영준 지음
창비·1만4000원
“일본에서 수입된 휴대용 버너에/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를 구워/ 중국에서 수입된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씹는 동안/ 동남아인 노동자들은 제각각 다른 공장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건어물 포장하는 자신을 잊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과일 통조림 만드는 자신을 잊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과자 굽는 자신을 잊었다”(<야외 공동 식사> 부분)
하종오 시인의 <야외 공동 식사>의 배경은 이주노동자들의 체육대회다. 2007년에 펴낸 시집 <국경 없는 공장>에 실린 시다.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들이 형성한 거대한 이주의 흐름, 그 속에 한국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시는 정확히 짚고 있다. <시로 읽자, 우리 역사>를 쓴 강영준씨는 19편의 시를 들고 와 시대를 이야기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그의 어투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듯 친절하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시대가 읽히는 시’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시들이었다. 이 책의 1부에도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육사의 <광야> 같은 명시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분단과 독재에 저항한 시를 다룬 2부와 민주화 운동과 통일 염원, 청년 실업과 다문화 사회의 내용이 담긴 현대시를 다룬 3부가 이어진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분노와 자책이 섞여 있는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1965년에 발표됐다. 때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을 베트남 전쟁에 파병할 때다. 책은 “5·16 군사정변 이후 한동안 숨죽여 지내던 김수영의 자기반성인 이 시는 당시 지식인들과 작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시를 시대의 틀에 맞춰 해석 중심으로 서술한 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은이 역시 그 점을 경계한다. 서문에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을 밝힌 까닭이다. “역사와 문학을 연결하는 이 책의 의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문학 작품을 역사적으로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이해와 감상은 어디까지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중학 1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조물주의 선물
만약 자신이 추구하는 것들이 타자의 욕망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자기를 인정할 만한 ‘건덕지’를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자기만의 성공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기꺼이 책임지려고 한다면 인생이 훨씬 덜 고통스럽고 편안해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겨레 양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