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43: 0

이어가기 2016. 7. 24. 05:58


동시다발


눈 푸른 선생이

등 푸른 생선을 먹고 있을 때였다

고양이가 짧게 울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쥐가 죽어 버리고

새가 하늘에서 배영을 하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졌다

불투명한 것들이 단숨에 거덜 났다

아무것도 없는 여기로

네가 사선으로 걸어와

세계가 삼각형을 이루었다

사냥꾼이 소리를 질렀다

쥐도 새도 모르게 새가 죽었지만

그 누구도 표정을 짓지 않았다

180도 안에서

지분을 나누는 문제에 돌입하자

우리는 잠시

파렴치하고 어리둥절해졌다

비가 그쳤다

사냥꾼이 그림자를 끌고 달아났다

고양이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눈 푸른 선생이

뼈만 남은 생선의 등 색깔을 잊어버렸다


- 오은, <호텔 타셀의 돼지들> 중 -





임영재

꿈의 정원



0



두 팔이 없을 때

비와 나 사이의 거리


옷걸이의 옷같이

우산에 걸려 있어야지


- 권재용, <물고기는 슬퍼하지 않는다> 중, 책나무출판사, 2020 -



 

 

문래동

다수의 계량기 밑에서 지지 않는

달,

화이팅!

 

키요시 후루카와 & 볼프강 뮌흐의 버블(Bubbles)

백남준 아트센터

 

 

김언희

 

기어이

보게 해줘서 고마워, 피할 수 없는

피할 길 없는 내 무연고(無)의

미래를, 똑똑히

……

 


 

 

 


ㅇ (이응)


ㅇ하면

은빛으로 구르는

굴렁쇠 소리

ㅇ하고

꽃잎에

이슬로 맺히리


다시

이응에게 ㅇ하면

입맞추고 떨어지는 입술

꽃잎을 보리

꽃잎 진 그 자리에

ㅇ이 맺혔으리

꼭지를 달고


주렁 주렁 주렁

모든 열매는

모두 다 ㅇ이리

ㅇㅇㅇ을

여러 번 소리내면

너나 나나 모두가

ㅇ이 될 터


- 서정춘, <봄, 파르티잔> 중, 시와시학사, 200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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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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