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후문에서 만난 양이가 울고 있네.
무슨 일이 있었냐?

 


그냥 처연히 고개를 돌려버리네,
얘, 그러지 말고

(내가 오지랖이 좁냐, 시간이 없냐)

말을 해 봐. 말을 해야 알지!
그러자 고개를 푹 꺽더니 모깃소리로,

 

오늘도 아침 먹고 자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깐요
까치 하나(이하 "ㄱ"이라 하자)가 목소리를 착 깔면서요  

 


"야, 너냐? 어제 내 동생 물어간 놈이?"
그래서
"뭐!? 야, 날 봐라. 내가 그럴 짐승처럼 보여?"
딱 잡아뗐더니요 
또 한 놈(이하 "ㄴ"이라 하자)이 갑자기 나타나서 악다구니를 지르는데요

 

"아, 이 ㅈㅈ만한 새끼 봐라.
이 ㄱㅅㄲ가 어디에서 구랄 풀어. 니 그 상판이 동물답냐, 이 새꺄!
(ㄱ은 발을 촐삭이며 '맞아, 맞아' 장단을 맞추더라고요)
그럼, 니가 안 물어갔으면? 어떤 ㄴ이냐?
어떤 ㅅㄲ가 우리 동생을 물어가서 깃털만 남겼냐고!"
하면서 공원이 떠나가라 돼지 멱따는 소리로 몰아부치길래요

 


"(아, 조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하면서 어디로 빠져나갈까 잔머리를 굴리는데요

 


ㄴ이 후까시를 팍 주면서 
"범인 이름을 대든지 아니면 니 목을 내놓든지!" 

 


아따, 우리 형님 라임 보소.
ㅋㅋ, 에이, 부끄부끄.

(하, 니미, 아까 꿈자리가 사납더니 ㅈ되버렸네.)


그러자 ㄱ이가,
"뭐.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이 거 안 되겠네! 너가튼 놈은 먼저 맞고 하자!"

 


"ㅆㅂ. 엄마, 고양이 살려!"

 


그렇게 되었어요. 

 

어머, 그랬구나 ~ 

 

[상담 시 제일 중요한 것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이다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충조평판을 개입시킨 상담자는 바로 꼰대가 된다.] 

 

아침부터 그렇게맞아서 기분이 개같았구나.

 

다구리도 다구리지만요

어제 같이 나눠 먹은 ㄴ들이요

코빼기도 안 내미는 게 정말 서럽더라고요

 

그랬구나.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군데 말이지.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s Up?  (0) 2020.05.20
Happy girls  (0) 2020.05.19
A Young Star  (0) 2020.05.12
On a sunny afternoon  (0) 2020.04.28
Choose your favorite way of treating wind  (0) 2020.04.26
Posted by 바람의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