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며 보니 정말 생기기도 잘생긴 총각이다. 이목구비 반듯한 거나 튀지않으면서도 청춘의 끼가 묻어나오는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이 건 뭐 젊었을 때 군대에서 만났던 형님들 뺨친다.
처음 자대에 배치되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영화배우 저리 가라 잘생긴 군바리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는 건데 아이돌 양성부대도 아니고, 특히 하사관들이 그랬다.
분대 위주의 부대 특성이 인물 레벨에 그대로 반영된 아주 유별난 케이스라, 아마 가진 건 인물밖에 없는 현실에서 뭔가는 해야 겄고,
것도 좀 정의롭게 사회적이면서 두드러질 수 있고 게다가 합당하게 경제적인 이익도 보장되는 것에 대한 강한 욕망이 그들의 정체성이리. 반면에 兵들은 그냥 병. 오합지졸, 군대 직장인들에게 제도적으로 보장된 국방부 보급품으로 나를 제외한 몇몇을 빼고는 인물 평점에서도 그들과 쩨비가 안 된다 라는 게 대충의 판단.
아주 대표적인 미남 몇 명을 보자면 우리 화기소대의 선임하사는 내 어릴 적 우상인 박기정 화백의 '훈이'를 그냥 빼다박았다. 군살 하나 없이 매끈히 1미터 80을 조금 넘은 키에,
군바리론 가당치 않은 백옥같은 피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호수같이 맑은 커다란 눈동자, 거기에다 쌍꺼풀! 우뚝 솟은 콧날, 배한성을 압도하는 청아한 목소리, 거기에다 보조개! 다시 추가로 대대에서 알아주는 악바리 근성과 체력. 이 미남의 치명적인 약점은 술이었다. 한번 마셨다 하면 끝을 봐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와 마시든 주사酒邪의 방문이 없이는 술자리가 절대 끝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막 자대에 배치되었을 때 그는 중대 하사관 중 선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동기도 따르는 후임도 챙겨주는 선임도 없었다. 가끔 우연히 그의 그 커다란 눈동자에 머물다 훌쩍 떠나는 고독의 기미도 그 자체로 또 아름다움이었지만 그의 분위기에는 늘 고독이 함께하고 있었다 라는 나의 생각.
(제대 후 몇년이 지났을 때 풍문이 전하길 유치장에 들어갔단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술 처먹고 무슨 사달을 일으켰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가장 특징적으로 잘생겼던 분은 우리 중대와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던 화기중대 소속으로 역시 하사였는데 그냥 미소년이었다.
1미터 70을 조금 넘는 아담한 키에 항상 달고 사는 환한 미소가 삭막한 회색 집단의 꽃과 같다 할까.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 할 때에는 기합을 받고 있는 후임들 조차 넋을 잃을 정도라고 하고. 그의 아름다움이 더욱 각별하게 기억나게 만드는 건 왼쪽 얼굴을 종으로 질주하는 깊고 긴 흉터다. 짧게 깍은 머리 밑단부터 시작하여 눈썹을 지나 눈을 건너뛴 다음에 보조개 위까지
사선으로 뻗은 그 흉터의 그림자를 황혼이 지는 야외 훈련장에서 만났다고 생각해 보라. 미소가 없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면 그냥 얼어붙을 수밖에. 문신 조차 결격 사유였으니 그 상처는 분명히 입대 후에 생긴 것이라는 짐작은
그 미소년 하사의 성격의 한 단면을 시각적으로 웅변해 준다. 그럼에도 그와 가까이 있을 때 그에게서 눈을 떼기 힘든 것은
그런 이질적이면서 소년병사같은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라 선임이나 후임과 어울릴 때 보여주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이었다.
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의 병명이 감기였다. '빨리 시장에 다녀올테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엄마는 간호사에게 나를 맞기고 가셨는데 지금이야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보는 새하얀 반팔 복장의 인상이 대단히 강렬했다. 아마도 아버지 퇴근시간 즈음의 어스름한 거리 풍경과 조금 침침하고 조용했던 진료실 분위기로 인한 대비로 흰색이 주는 느낌이 더욱 도드랐을까.
진료실과 대길실의 구분이 없어서 먼저 온 환자들이 진료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역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환자의 입을 벌리고 그 안에 집어넣던 은색의 납작하고 작은 수저, 의사의 책상 위에 그 수저를 담는데 사용했던 연한 파란색의 세로로 길쭉한 유리 용기, 가슴과 등판을 더듬는 청진기의 차가운 촉감이 간호사의 유니폼만큼 병원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풍경은 같이 진료를 기다리며 옆에 앉아 있던 네댓 명의 내방객들. 너무 어려 의자에 푹 파묻혀 있었기에 그들의 모습은 실루엣으로 보였고 거기에 어른도 한 두 명 끼어 있었는데
생경했다.
나는 어리다. 어리니깐 아프다. 아픈 건 어린이다.
어른의 존재가 생경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논리회로의 작동이었을 건데
이른바 본능적인 범주화같은 이런 논리의 무의식적인 뿌리가 지금도 존재하여
내 보수적인 기질의 단단한 초석을 이루고 있다.
2020년 2월 2일 현재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 숨진 사람 수가 304명이란다. 다시 중국에서는 엎친데 덮친다고 이 감염증보더 더욱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발견되었단다. 지금까지 조류독감의 유일한 퇴치법은 살처분이다. 살처분의 희생자로는 나, 닭이 압도적이다.
흔히 노약자석이라 알려진 좌석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설치된 교통약자석을 말한다. 교통약자석은 나이가 훈장인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어려움에 처한 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때로는 늙은이들 간에 경로사상의 우애를 나누고 비교(경쟁) 하는 친교의 자리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