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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15 지하철 100/100 - 착시

갑자기 졸음이 엄습했어.
책을 덮고 잠시 눈을 붙여 말어, 생각할 때
앞에 서 있던 젊은이가 손가방을 위로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단다.
악 하는 비명에 주변의 시선이 확 쏠리는 걸 느껴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 대각선 쪽에 앉은 처자 하나가 
웃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얼굴이 벌개져서 땀을 흘리고 있더라.

젊은이는 괜찮으시냐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매며 
벙거지 밖으로 피 같은 액체라도 배어 나오지 않나 열심히 탐색하고 있는
내 오른손 손목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전전긍긍하는데
다행히 야트막한 언덕이 융기되는 것으로 사태가 파악되었어

(응, 그건 돌).

7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의 일부 열차에는 짐을 올릴 선반은 없는데
선반 높이에서 선반의 테두리를 흉내 낸 파이프가 둘러있단다. 근데,
만약 그 젊은이가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오던 친구였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거 있지.

그때가 퇴근 때이고, 짐도 륙색이 아니었다는 게 너무 고마워서 
젊은이의 가방을 들어주었지.
전철에서 남의 짐을 들어준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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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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