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슬렁슬렁 2016. 3. 8. 19:26

 

전북 고창에 자리 잡은 명승고찰 선운사로 향하는 국도변은

봄을 준비하는 대지의 기운으로 평온한 긴장감이 끝없이 펼쳐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유명 사찰의 입구가 그러하듯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최전방에 진을 치고

그 뒤로는 모텔이 우후죽순 기세를 올리는 가운데 조금 떨어져

호텔과 팬션 따위들이 느긋하게 포진하고 있었다. 

 

복식호흡으로 수많은 음식점에서 창궐하는 이곳 특산물 풍천장어,

그러나 양식이 분명할 장어들이 익는 냄새를 차단하면서 ...

 

 

 

안에 선운사가 없네, 어디 갔을까?

이것이?

 

두당 2천원의 입장료를 내면 나온다.

 

 

 

 

입구에서 조금 벗어난 길에서 만난 도솔천.

며칠 전에 비가 오셔서 수량도 적절했지만

겉옷 홀랑 다 벗고 도솔산 겨울 햇볕으로 나이테를 하나씩 늘린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노목들의 반영과 그 고요함은

한순간에 미륵불 그 자체의 모습으로 마음에 콱 들어와 박힌다.

바로 이곳이 가을철에는 전국 사진사들이 모이는 아수라 장터.

그거 그렇게 찍어서 뭐에 쓰겠다고.

 

그러자 색시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난 배고파.”

 

 

"서울에서 온 처자 ♥♥♥♥예요."

원본을 옆에 놓고 유리통 속 짝퉁에게 먼저 예의를 갖춰 인사 드린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조선시대의 기술에서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했다고도 한다.

고려시대 충숙왕과 공민왕 때 중수重修와 재중수,

조선 성종 5년에 중창重創, 정유재란 화재로 광해군 때 5년간에 걸쳐 재건하였다.

한때 89암자 24굴 189요를 갖춘 대찰로

억불숭유정책을 내세운 조선 시대에도 성종의 어실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나.

 

 

청동 표면에 도금된 보물 제279호 금동지장보살좌상.

이 절 도솔암에 있는 같은 이름, 같은 형태의 좌상은 보물 제280호.

두건을 쓴 모습, 네모지고 원만한 얼굴,

형식적이고 수평적인 옷주름 처리 등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보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좌상 양옆 벽에 걸려 있는 유형문화재의 탱화 역시 미적인 아름다움이 압도적이다.

 

 

보물이 모셔진 지장보궁에서 나와 다시 신발을 신으면 당당한 대웅보전이

 

 

겸손하리만치 자그맣지만 정겨움이 푹 넘치는 쪽문으로 맞아준다.

 

 

피정을 오신 수녀님들이 대웅보전으로 향하고 있다.

보물 제290호로 선운사의 중심 전각이다.

이 건물 뒤의 동백나무숲은 그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다.

 

 

선운사에는 16개의 전각이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어르신들 일행으로 절간은 금방 기복신앙의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이에 걸맞게 각 전각의 입구 중앙에는 꼭 시주함이 당당하게 자리를 점하고 있고

할머니들은 집안을 위해 각 전각을 순례할 때마다 지갑을 여시더라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 무쏘의 뿔처럼 돌아다니려고 폼을 잡는데

 

 

셋 셀 동안 안 오면 점심 안 준다!

은쟁반 위를 구르는 옥구슬 소리가 산사에 울려퍼지니

 

 

아따, 그 아가씨 성질이 참 화끈혀.

여그 와 봐. 나물이랑 옥수수, 뻔데기 ... 옆집에는 빈대떡도 있어야.

산채비빔밥이 뭐라고,

걔 때문에 보지 못한 구경거리는 본 것의 세 배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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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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