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물만 올려놓아 주세요

공양물을 열어 놓으면

(쌀, 물)

비둘기가 헤쳐 버립니다

열지않고 그냥 놓아 주세요



홍매화가 절정이네.

봉은사의 홍매화 나무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고 

SNS에 올라온 대부분의 홍매화 사진은 미륵대불 옆, 영각에 핀 나무의 독점이고

나머지는 절의 대문인 진여문 옆 주차장과 절 외곽에 산재되어 있네. 


도심에 위치해 수시로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사진사들이 모여드는데다 

사시사철 공사가 그치지 않으니 절은 항상 만물의 활기가 넘치고 불심이 드글거려

내 마음은 돌심이 아닌 다음에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


누각인 법왕루에는 내방객들이 사찰 곳곳에 설치된 불전함에 올려 놓고 

간단히 지성을 보여줄 수 있는 편의를 위해 공양미 무인판매대를 운영하고 있고, 

혹 선의나 오해로 인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놓고 

다시 'CCTV가 설치' 돼 있다는 안내문도 붙여 놓았네.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자는 예방책.


올해도 봉은사는 다종다양한 신자들의 안위(安胃)를 위해 

많은 기도회와 이벤트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회비나 기부금 납부는 카드도 허용.

분할납부도 가능하겠지. 앙꼬빵과 구운 가래떡도 싸게 팔고 있었는데 그 날 오전

식탁은 텅비어 있었지만 빵과 떡 두 부서로 구성된 1자형 조리대는

사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봉사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모두 진지해 보였지만 바쁜 사람은 빵과 떡을 굽고 있던 두 분 정도. 

이 가성비 높은 주전부리는 혹 미끼 아닌가 하는 불경한 생각에

잠시 나의 얼굴색은 홍매화가 되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사찰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찾은 내방객들을

예비 신자로 간주하여 최상의 서비스로 접대하는 것이 올바른 대책인 데

동의한다. (안 하면 어쩔 건데?)


매점은 법왕루를 마주보고 우측의 작은 언덕 위에 있고 

조금 안쪽으로는 다소곳이 해우소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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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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