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대교를 좌측에 놓고 있는 전북 군산시 나포면의 강둑.

철새들의 각본 없는 현장 즉흥예술은 일몰시각부터 약 30분 동안 진행된다.

근처에 금강철새조망대라는 11층짜리의 편한 유료 시설물이 있지만

다행히 아직은 추위를 이길 근력, 밤낮을 구분할 수 있는 시력은 남아 있다고 자신했으나

  

 

울산 젊은이 2인방.

호남을 거쳐 영남으로 진행중이었다.

일자형 건물은 바람을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이나 유리창이 있어 사진을 찍기에는 ...

 

 

평일임에도 일몰시각을 맞춰 버스로 승용차로 많은 찍사들이 찾아온다.

기상청이 유일하게 100% 확률로 예보하는 오늘의 일몰시각은 19:15. 

 

 

그러나 시간은 다가오고 등 뒤로 달이 전선줄에 걸터앉을 때까지

하늘에는 딱히 무리라고 부를만한 새들의 움직임이 없다.

설마 인원/부대 점검이나 워밍업도 없이 시작할까.

불현듯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오던 '오늘은 꽝이네요' 탄식이 입안을 맴돌고

 

 

 

 

좋은 자리 차지한다고 1시간 동안 강풍에 노출된 둑 위에서 서성이다

대나무 담 뒤로만 들어가도 아랫목이 따로 없다.

햇님이 완전히 금강 서쪽으로 자취를 감추고 석양의 이불자락이 슬슬 하늘을 넘볼 때

 

 

저 멀리 꿈틀대는 금강대교.

아, 이 자리가 아니구나.

100미터 달리기로 날아간다.

일찌감치 삼각대를 포기한 게 불행중 다행인 ...

 

 

 

 

 

망원렌즈가 아닌 게 아쉬웠지만

멀리서 볼 수 있었던 약 30만 마리의 가창오리떼

녀석들의 변화무쌍한 군무는 가히 압도적.

충남 삽교호,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 전남 영암군, 해남군 등지로 수시로

장소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에 이런 광경을 잡았다는 게 대단한 행운이었다.

 

조류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 군무가 '해질 무력 먹이를 찾으러 가는 모습'이라는데

좀 이해하기 곤란한 설명인 듯. 그래서 저녁 메뉴는 소화가 쉬운 오리 떡갈비.

 

올해는 3월까지 구경이 가능하다는 금강철새조망대의 전언.

근처에는 준부페식의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이 있다.

문짝이 조금 덜렁거려서 그렇지 소셜코머스를 이용하면 5만원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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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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