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51: 아버지

이어가기 2017. 2. 10. 08:02


누가 그랬냐?

아빠가 붙이라고 ~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한 번도 축구선수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사막의 여행자도 아니었고

아버지는 불을 끄는 소방수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조금도 가수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파리하고 소극적인 과학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겨울의 나비처럼,

혹은 동굴 속의 붕어처럼 좀처럼 관찰되지 않는 과학선생님이었다

해부되지도 않고 보고되지도 않는

이상한 과학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우주비행사가 아니고,

만두와 김밥을 파는 평화분식 사장님도 아니고

심지어 군인도 아니었고

나에게 아무런 기쁨이나 슬픔도 주지 않는 과학선생님이었다

그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아무에게도 기쁨도 주지 않고 슬픔 또한 주지 않는다

이것은 참으로 낯선 과학이다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도 아니었고

아버지는 어부도 아니었으며

아버지는 가장 비과학적인 과학선생님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자신의 교실에서

희망, 사랑, 비극, 농담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 점에서 그는 가장 과학적인 과학선생님이었다.


- 김도연, <아버지는 과학선생님이었다> -


'과학선생님' 대신 '가내 위생미화원'을 대입해 보자 ㅜㅜ

그러면 

'그 점에서 그는 가장 위생적인 가내 위생미화원이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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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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