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10

이어가기 2013.10.16 16:33

 

 

이사도라 덩컨?

강은미?

풋! 그냥 웃지요.

 

달빛자르기 기본자세닷!

 

무능한 아버지, 도플갱어 등
공통된 모티프 두드러져
순대·복숭아·카레 등 소재로
‘코스 요리’ 같은 단편집

여름의 맛
하성란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하성란의 소설집 <여름의 맛>에는 단편 열 작품이 묶였는데, 그중 셋이 주요 문학상 수상작이다.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알파의 시간>과 같은 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그 여름의 수사>,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카레 온 더 보더>가 그것들이다. 그가 한국 문학의 단편 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수상작들을 포함해 이번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몇가지 공통된 모티프가 두드러진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의 존재가 우선 눈에 뜨인다. <알파의 시간>과 <그 여름의 수사> <1968년의 만우절>이 대표적이고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역시 어느 정도는 같은 계열이라 할 만하다.

 

<알파의 시간>에서는 멀쩡한 교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한답시고 실속 없이 전국을 떠도는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가 시장통 순대골목에서 음식 장사에 나선다. 딸의 시점을 택한 소설은 그 시절로부터 20년 뒤, 치매 환자가 된 채 침대 신세를 지고 있는 엄마가 내뱉은 의문의 한마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쉬었다 가세요…” 순대골목 여자들이 손님을 끄느라 외치곤 했던 이 말이 생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고 있는 엄마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나.

 

딸의 회상은 그 시절 족발을 조리면서 유행가를 흥얼거리던 엄마를 되살려낸다. 그리고 순대골목 여자들에게 얼음을 대주던 사내(“기껏해야 얼음을 ‘어름’으로 아는”)와 엄마 사이에 있었을 모종의 사연, 그로 인해 “여자들에게 뭇매를 맞”던 엄마의 모습으로 회상은 이어진다. 그 회상의 끝에 화자 ‘나’가 도달하는 결론은 이런 것이다.

 

“그해 봄에서 여름까지의 5개월이 우리에게는 ‘발 하나 없는 돼지의 공포’였지만 엄마에게는 붉고 푸르던 고명의 시절이 아니었을까, 아직까지 나는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다.”

 

<그 여름의 수사>에는 서울의 교직을 그만두고 지방 소도시에서 가게를 한다고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화자인 열한살짜리 여자아이 ‘나’는 필요한 용건이 있을 때마다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전보를 친다. 기본 요금을 넘지 않기 위해 하고픈 말을 열 자 안에 우겨넣는 ‘수사’(修辭)가 ‘나’의 몫이다. 섬에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에도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아버지를 찾아 식구들이 소도시의 문 닫은 옷가게로 찾아갔을 때 아버지는 혼자서 곤로에 하지감자를 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바라던 삶은 뽀얀 하지감자를 삶을 때의 고요함인지도 모른다.”

 

<1968년의 만우절>에는 무능한 가장이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등장한다. 크고 작은 거짓말로 평생을 버텨 온 아버지는 이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병원 침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자 ‘나’의 남편은 팔리지 않는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해째 영화판을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다. 장인의 임종 소식보다는 제 시나리오가 망한 게 더 가슴 아파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퍼부으며 우는 남편을 보며 화자는 생각한다. “내 앞의 이 낯선 남자는 누구일까.” 그 남편과는 결국 이혼하지만, 화자는 “아버지가 했던 거짓말 중의 최대 거짓말”인 “1968년 만우절의 거짓말”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은 안다.

 

<두 여자 이야기>와 <순천엔 왜 간 걸까, 그녀는>에는 나란히 도플갱어 모티프가 나온다. <두 여자 이야기>에서 80년 5월 광주로 짐작되는 “그 일”에 관한 연민과 죄책감, 그리고 <순천엔…>에서 납치 및 인신매매에 대한 관심과 염려를 전달하는 데에 이 모티프는 효과적으로 쓰인다. 표제작의 복숭아와 <카레 온 더 보더>의 카레,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의 삼겹살처럼 음식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유머 코드가 책 곳곳에 박혀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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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