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작 15분 전에 네 명이 마치 무대 작업자가 무대를 살피듯 올라오더니
검은 양복은 전자음악을 연주하고 흰색 탱크탑의 여성 무용수는 혼자서
현란하고 역동적인 율동을, 두 남녀는 어떤 연예의 서사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음악에 맞춘 솔로, 듀오의 무용은 각자의 이야기로
채석장 무대의 좌우에서 족히 20분 넘게 이어져 관객의 상상을 유도하는데
탱크탑의 춤에 넋을 빼앗기다 듀오를 보면 그 새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이유와 추이를 짐작하다보면 다시 사이키델릭한 전자음악과 무용의
격한 에너지로 눈길을 빼앗기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관객의 오감이 급 긴장하면서 마르세유 국립발레단에 동화되기 시작하고 ...
시작부터 끝까지 soundscape 음악을 실시간으로 조각한 연주자
론을 들어올려 20여 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슬로우모션 파도 군무는
거대한 무대 위에 세워진 또 다른 무대의 직사각형 포맷 안에서
장면 하나하나가 갤러리에 걸린 한 컷의 극사실적 연출 사진인 듯!

여기에 다시 두 명의 남녀가 등장하여 강간과 복수의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전체 무용수들은 몇 팀의 듀오 또는 트리오로, 그러다 다시 하나가 되는
이합집산의 퍼포먼스로 살풍경한 채석장 분위기의 이 사회 안에서
목격되는 사랑과 배신, 질투, 갈망, 포기, 분노, 봉기, 반란, 저항을 춤 춘다.
액자 소설같은 무대 디자인, 주제에 따라 계속 바뀌는 주연 무용수,
이야기의 거친 바다에서 강약을 주며 눈길의 동선을 잡아주는 무대조명,
한순간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 안무의 흐름, 같은 듯 다른 각 무용수들의 동작,
2남1녀의 무념무상 누드 무용, 희망은 '나'가 아닌 '우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이 공연의 주제라는 무공인의 주장.
이 작품의 관람을 선택한 내 안목에도 기립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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