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1

이어가기 2013. 12. 24. 12:15

 

분만실에서 나왔을 때 원숭이 새끼인 줄 알았다.

펼친 부채처럼 길고 빽빽한 머리카락을 덮고 있어 마치 숲 같았다.

 

 


 

차별은 당연하다는 20대
경쟁사회가 건 최면인가
한 주를 여는 생각
   

한 주를 여는 생각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 지음
개마고원 펴냄

 

“지방대 졸업 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저는 밥그릇 확보를 위해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행태에 도무지 안녕할 수 없다.” 19일 한 일간지에 실린 한 젊은 독자의 글이다. 그는 “전셋값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결혼 약속을 연기할 수밖에 없”으며 “대기업·공기업 다니는 동년배에게 배알이 꼬이”긴 하지만 “이를 사회구조, 정치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고 썼다.

 

극히 보수적인 젊은이라고 여겨지는가. 사회학 강사 오찬호(34)씨는 2008년부터 5~7개 대학 강의를 하며 이런 20대를 수도 없이 만났다. 그가 5년 만에 완성한 논문을 풀어쓴 책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이다.

 

그가 만난 많은 20대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차별과 배제’에 찬성했다. 적어도 20대 대학생의 다수는 그랬다. 책은 20대가 ‘학력 위계주의’를 비판 없이 내면화했으며 그 뒤엔 “자기 계발을 권하는 사회가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20대들은 ‘언젠간 잘될 것’이라 자신을 채찍질하며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자신보다 못한 수능·토익 점수를 받은 이들에 대해선 “덜 노력했으니 당연한 대가”라고 매몰차게 평가한다. 각종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도,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사회도, 대학도 비판 대상이 아니다. 외려 많은 20대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들을 “노력도 안 했으면서 날로 먹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20대는 어린 나이에 외환 위기를 겪는 부모를 지켜보며 ‘실직 공포’를 학습했고 대학도 언론도 부모조차도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20대의 “안녕”을 묻기엔 우리 사회는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했다고 책은 지적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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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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