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2km 정도.

 

 

대한민국 문인 중 노벨문학상 후보에 가장 근접한 고은의 고향인 군산에서

전국의 수많은 이런 길 저런 길과 차별한 명칭이 구불길.

다른 길들은 안 구불대는 직선길라는 건지 뭔지 ... 궁시렁x2

 

출발지점 근처에 채만식 문학관이 있지만 다행히 월요일은 휴관이다.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고봉이자 대표적인 친일문인으로

그의 자아비판은  

반성이 아닌 변명으로 일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흔쾌히 도로를 벗어나 논길을 확보하여 금강둑을 끼고 걷는다.

 

조금 민망한 게 만나는 분들이 모두 어르신들이다.

담담하게 차분한 날씨의 평일 오전에

멀쩡한 인간들이 이렇게 나다닌다는 게 어쩌면 더 이상한 게 아닌가 하지만.

 

 

 

 

···
길을 보면
나는 불가피하게 힘이 솟는다
나는 가야 한다
나는 가야 한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말아라
저 끝에서 길이 나라가 된다.

 

- 고은, <길>중 부분 - 

 

 

인천이나 강화 쪽에만 익숙한 경험에 비춰

금강 갯벌은 그 거리와 풍광, 후각의 맛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전날 구경한 철새 군무들의 주인공들도 거의 다 이쪽에 진을 치고 있었다.

빛 좋은 날의 석양은 얼마나 훌륭한 장면이 연출될까 상상하며 길을 걷는데

 

중간에 나타나는 진포시비공원.

춘천 가는 길 어디 쯤엔가에서 만났던 시비공원의 데자뷰.

전국적으로 시를 새긴 비석이나 조형물 모듬에 공원이란 이름을 단 곳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노천에 자리 잡고 있어 나이 든 문학도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련이다.

뙤약볕이나 비바람 속에서 시 감상이 끝나면 주름살 하나가 늘 판이다.

옛날 고딩 때 친구 만나듯 하나씩 반기고 음미하자면 꽤 시간이 든다. 

1%의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나와랏, 길!

  

 

군산 트래킹의 중간 도착지인 군산역을 향해 용맹정진하는데요 ~

동네 아저씨 왈 "시방 가시는 길이 신군산역 가튼대요."

 

 

, 길을 잘못 들었다구요.

그럼 바로 잡으면 되지요.

휙 ~~

 

 

사람 나고 신호등 났지

신호등 나고 사람 났냐.

나를 따르라.

네.

 

동국사,

대한민국 유일의 일본식 절,

종교시설 내에 평화소녀상이 설립된 최초의 절.

의자 없이 일어서 있는 모습이 특별했다.

주먹 쥐고 의자에 앉은 모습의 잘 알려진 일반 소녀상들과는 좀 다른 의미를 내포했다.

일본 조동종 불교 종단의 참회와 반성의 비 바로 앞에 세워졌는데

동상 건립 모금에 일본인들도 대거 동참했다고.

국가와 국민, 나라와 인권, 역사와 미래에 대한 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예의를 지켜 사찰은 조용했고

대웅전 안에도 귀중한 자료들이 잘 전시되어 있어

가볍게 들러갈 장소는 아니었지만 쉴 공간은 좀 부족했다.

 

 

 

 

사찰 뒤의 야트막한 언덕에는 일본 대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숲에서 나오던 녀석과 딱 마주쳤다.

한순간 둘 다 우뚝 멈춰 서고

'엇, 고양이구나.'

'어, 인간이구나.'

눈인사를 교환한다 싶었는데 이내 옆 옹벽을 타고 뛰어내려가 버린다.

"마, 어디 가냐?"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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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