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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렁슬렁 2020. 2. 2. 12:31

 

첫 진료의 기록

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의 병명이 감기였다.
'빨리 시장에 다녀올테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엄마는 간호사에게 나를 부탁한다며 나가셨는데 
지금이야 얼굴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보는 새하얀 반팔 복장의 인상이 대단히 강렬했다.
아마도 아버지 퇴근시간 즈음의 어스름한 거리 풍경과
조금 침침하고 조용했던 진료실 분위기로 인한 대비로
흰색이 주는 느낌이 더욱 도드라으리.

 

진료실과 대길실의 구분이 없어서
먼저 온 환자들이 진료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역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환자의 입을 벌리고 그 안에 집어넣던
은색의 납작하고 작은 수저, 
의사의 책상 위에 그 수저를 담는데 사용했던 연한 파란색의 세로로 길쭉한 유리 용기,
가슴과 등판을 더듬는 청진기의 차가운 촉감이 
간호사의 유니폼만큼 병원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풍경은 
같이 진료를 기다리며 옆에 앉아 있던 네댓 명의 내방객들.
너무 어려 의자에 푹 파묻혀 있었기에 그들의 모습은 실루엣으로 보였고 
거기에 어른도 한 두 명 끼어 있었는데 

생경했다.

  나는 어리다.
  어리니깐 아프다.
  아픈 건 어린이다.

어른의 존재가 생경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런 논리회로의 작동이었을 건데

이른바 본능적인 범주화같은 이런 논리의 무의식적인 뿌리가 지금도 존재하여

내 보수적인 기질의 단단한 초석을 이루고 있다.



2020년 2월 2일 현재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 숨진 사람 수가 304명이란다. 다시 중국에서는 
엎친데 덮친다고 이 감염증보더 더욱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발견되었단다.
지금까지 조류독감의 유일한 퇴치법은 살처분이다. 살처분의 희생자로는
나, 닭이 압도적이다.

여기 닿기만 해도 죽는 독극물이 있다.
이 독극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손에 묻으면 손목을 자르고
팔에 묻으면 어깨를 자르고
얼굴에 묻으면 ... 

 

 

2020년 2월 21일 현재 

 

한국에서도 드디어 코로나19에 의한 첫 사망자 발생.

확진자는 56명이 추가 발생해 총 107명으로 늘어났다.

공사가 다망한데 오늘 외출을 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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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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