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9.03.27 누군가에겐
  2. 2019.03.26 Y-74: NAVER
  3. 2019.03.25
  4. 2019.03.22 교통법규를 지키는 여인
  5. 2019.03.18 평창동
  6. 2019.03.16 봉은사: 그림의 떡
  7. 2019.03.14 창문
  8. 2019.03.11 왕십리광장: 3월의 여인
  9. 2019.03.07 SeMA 벙커: 착한 사마리아인
  10. 2019.03.04 J-52: 포지션

누군가에겐

슬렁슬렁 2019. 3. 27. 07:04






분석, 은폐, 접근, 돌진, 한입.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웬 떡 간에는

善과 惡같은 이분법 없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가른 한순간만 있었네.

인파의 강물에서 벌어진 일회성 돌팔매질,

어디에선가 지금도 누구에겐

웬 떡이냐, 이 게,의 그 떡이

마른 하늘에서 내린 날벼락이리니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저동  (0) 2019.04.08
우연의 겹  (0) 2019.04.01
  (0) 2019.03.25
교통법규를 지키는 여인  (0) 2019.03.22
평창동  (0) 2019.03.18
Posted by 바람의 아들
,

Y-74: NAVER

이어가기 2019. 3. 26. 08:32







찬양의 노래


그는 이 세상에 단 한번 존재했었다. 그리고 '0'이라는 숫자를 생각해냈다.

이름 모를 어떤 나라에서. 오늘날엔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를 미지의 별빛 아래서.

누군가 서약을 했던 무수한 나날들 중 어느 날에.

심지어 그 위대한 발견에는 반대했던 사람의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았다.

오로지 '0'이라는 개념 말고는.

인생에 대한 고귀한 철학이나 명언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어느 날 장미 꽃잎을 따서 '0'의 모양을 새겨 넣었다든지.

그 장미를 엮어서 꽃다발을 만들었다든지 하는 전설 따윈 없었다.

죽을 때가 되자 백 개의 혹이 달린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갔다든지.

원시림의 야자수 그늘 아래서 잠들었다는 신화도 없었다.

모래 알갱이 하나까지 모든 것에 대한 셈이 다 끝난 뒤

다시 두 눈을 번쩍 떴다는 동화도 없었다. 대체 어떤 인간이었을까.

우리의 주의력이 빠져나가버린 현실과 허구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그는 모든 운명에 맞서서 꿋꿋하게 저항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훌훌 털어버리고자.

마침내 고요가 그를 덮친다. 목소리에 아무런 상처도, 흉터도 남기지 않은 채.

在가 수평선의 형상으로 탈바꿈했다.

'0'은 그렇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소금, 1962> 중 -

'이어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Y-75: 다람쥐 쳇바퀴  (0) 2019.04.22
J-53: 기저 심리  (0) 2019.04.03
J-52: 포지션  (0) 2019.03.04
Y-73: 엊그제 같잖아요  (0) 2019.01.19
Y-72: D day, 전격 대공개  (0) 2018.12.30
Posted by 바람의 아들
,

슬렁슬렁 2019. 3. 25. 10:37



어디야?



데리고 가는중



밀고 가는중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의 겹  (0) 2019.04.01
누군가에겐  (0) 2019.03.27
교통법규를 지키는 여인  (0) 2019.03.22
평창동  (0) 2019.03.18
봉은사: 그림의 떡  (0) 2019.03.16
Posted by 바람의 아들
,



그 옆에서 나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는 남자

보듬어 안은 봄의 물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군가에겐  (0) 2019.03.27
  (0) 2019.03.25
평창동  (0) 2019.03.18
봉은사: 그림의 떡  (0) 2019.03.16
창문  (0) 2019.03.14
Posted by 바람의 아들
,

평창동

슬렁슬렁 2019. 3. 18. 07:14



어떻게 오셨어요?

















가?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9.03.25
교통법규를 지키는 여인  (0) 2019.03.22
봉은사: 그림의 떡  (0) 2019.03.16
창문  (0) 2019.03.14
왕십리광장: 3월의 여인  (0) 2019.03.11
Posted by 바람의 아들
,




공양물만 올려놓아 주세요

공양물을 열어 놓으면

(쌀, 물)

비둘기가 헤쳐 버립니다

열지않고 그냥 놓아 주세요



홍매화가 절정이네.

봉은사의 홍매화 나무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고 

SNS에 올라온 대부분의 홍매화 사진은 미륵대불 옆, 영각에 핀 나무의 독점이고

나머지는 절의 대문인 진여문 옆 주차장과 절 외곽에 산재되어 있네. 


도심에 위치해 수시로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사진사들이 모여드는데다 

사시사철 공사가 그치지 않으니 절은 항상 만물의 활기가 넘치고 불심이 드글거려

내 마음은 돌심이 아닌 다음에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


누각인 법왕루에는 내방객들이 사찰 곳곳에 설치된 불전함에 올려 놓고 

간단히 지성을 보여줄 수 있는 편의를 위해 공양미 무인판매대를 운영하고 있고, 

혹 선의나 오해로 인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놓고 

다시 'CCTV가 설치' 돼 있다는 안내문도 붙여 놓았네.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자는 예방책.


올해도 봉은사는 다종다양한 신자들의 안위(安胃)를 위해 

많은 기도회와 이벤트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회비나 기부금 납부는 카드도 허용.

분할납부도 가능하겠지. 앙꼬빵과 구운 가래떡도 싸게 팔고 있었는데 그 날 오전

식탁은 텅비어 있었지만 빵과 떡 두 부서로 구성된 1자형 조리대는

사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봉사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모두 진지해 보였지만 바쁜 사람은 빵과 떡을 굽고 있던 두 분 정도. 

이 가성비 높은 주전부리는 혹 미끼 아닌가 하는 불경한 생각에

잠시 나의 얼굴색은 홍매화가 되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사찰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찾은 내방객들을

예비 신자로 간주하여 최상의 서비스로 접대하는 것이 올바른 대책인 데

동의한다. (안 하면 어쩔 건데?)


매점은 법왕루를 마주보고 우측의 작은 언덕 위에 있고 

조금 안쪽으로는 다소곳이 해우소가 있네.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법규를 지키는 여인  (0) 2019.03.22
평창동  (0) 2019.03.18
창문  (0) 2019.03.14
왕십리광장: 3월의 여인  (0) 2019.03.11
SeMA 벙커: 착한 사마리아인  (0) 2019.03.07
Posted by 바람의 아들
,

창문

슬렁슬렁 2019. 3. 14. 05:43




햇빛 나니

저도 둥지인 양

미친 척 걸터앉았다가

해거름부터는 대지의 창문이라나 뭐라나.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창동  (0) 2019.03.18
봉은사: 그림의 떡  (0) 2019.03.16
왕십리광장: 3월의 여인  (0) 2019.03.11
SeMA 벙커: 착한 사마리아인  (0) 2019.03.07
서대문 형무소: 남긴다  (0) 2019.03.02
Posted by 바람의 아들
,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은사: 그림의 떡  (0) 2019.03.16
창문  (0) 2019.03.14
SeMA 벙커: 착한 사마리아인  (0) 2019.03.07
서대문 형무소: 남긴다  (0) 2019.03.02
서울숲: 싼다  (0) 2019.02.24
Posted by 바람의 아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렇게 선선히 부탁에 응해 준 낯선이들을 만난 게 언제 적일까.


미소 짓고, 손을 받아주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젊은이들에 대한 고마움보다 나에 대한 부끄러움이 조금 더 많다.

'슬렁슬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문  (0) 2019.03.14
왕십리광장: 3월의 여인  (0) 2019.03.11
서대문 형무소: 남긴다  (0) 2019.03.02
서울숲: 싼다  (0) 2019.02.24
서울숲: 마신다  (0) 2019.02.22
Posted by 바람의 아들
,

J-52: 포지션

이어가기 2019. 3. 4. 07:46

항상 신발들을 가지런히 놓고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다

문 꼭 닫고




어린 시절에 이미 신구약 성경부터 체르니를 완독하니

옛날 소녀시대를 빼곤 미색을 탐하긴 커녕 눈길도 주지않고

오밤중에 신세 진 경찰차에는 꼭 감사인사를 잊지않으려 노력하고

개수대에 식기 쌓이는 꼴을 못 봐 늘 혼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염려하여 언론은 극신중하게 골라 구독하고

어른이 늦으신다 싶으면 꼭 문자로 문의하여 염려를 놓고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지 않는다고 빤히 쳐다보기는 커녕

숫가락을 놓을 때는 꼭 자루 부분이 제 쪽에 오게 놓아

상대방에게 삿대질하는 모양이 되지 않게 배려하는

정말 굉장히 




사려 깊고 세심하고 자상하게 변신하는, 그런 추억을 갖고 싶다는

희망.

'이어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J-53: 기저 심리  (0) 2019.04.03
Y-74: NAVER  (0) 2019.03.26
Y-73: 엊그제 같잖아요  (0) 2019.01.19
Y-72: D day, 전격 대공개  (0) 2018.12.30
J-51: 무소의 뿔  (0) 2018.12.27
Posted by 바람의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