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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8.12.15 5!
  5. 2018.12.13 4 (井)
  6. 2018.12.09 參 (3)




















생일


온 세상이 사방에서 한꺼번에 부스럭대고 있어요.

해바라기, 배따라기, 호루라기, 지푸라기,

찌르레기, 해오라기, 가시고기, 실오라기,

이것들을 어떻게 가지런히 정렬시키고, 어디다 넣어둘까요?

배추, 고추, 상추, 부추, 후추, 대추, 어느 곳에 다 보관할까요?

개구리, 가오리, 메아리, 미나리

휴우, 감사합니다, 너무 많아 죽을 지경이네요.

오소리, 잠자리, 개나리, 도토리,

돗자리, 고사리, 송사리, 너구리를 넣어둘 항아리는 어디에 있나요?

노루와 머루, 가루와 벼루를 넣어둘 자루는 어디에 있나요?

기러기, 물고기, 산딸기, 갈매기, 뻐꾸기는 어떤 보자기로 싸놓을까요?

하늬바람, 산들바람, 돌개바람, 높새바람은 어디쯤 담아둘까요?

얼룩빼기 황소와 얼룩말은 어디로 데려갈까요?

이런 이산화물들은 값지고, 진귀한 법.

아, 게다가 다시마와 고구마도 있군요!

이것들은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그 값이 어마어마하겠지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이 모든 노력과 수고가 나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니 과분하기 그지없네요.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만일의 경우, 197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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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51: 무소의 뿔

이어가기 2018. 12. 27. 21:49



어디 한 번 둘러보라

분홍 꽃가라 백팩의 하중에

낮추고 낮춰진 이마는 지면과 평행이 되고

목도리는 바닥을 쓸 기세로 내려가는 마당에도

'왜 이리 서럽냐' 한탄의 기미가 보이는지


내일은 쓱 일어나서 ㅅㄱㅈ 하자.




pc방 가는 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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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井)

슬렁슬렁 2018. 12. 13. 13:04

장기를 처음 배운 시기는 아마 국민학교 3, 4학년 때

형이 두 동생을 좌우에 끼고 베니어판 껍데기 같은 걸로 장기판을 만든다 부산한데

합판을 두른 담을 사이에 둔 옆집의 형 친구가 

'장기판으로 쓸 수 있는 판때기가 있는데 줄까' 먼저 제안했다.

형은 판때기를 받아 제법 그럴싸한 장기판을 만들었고 이어 즉시

나에게 장기 말들의 운용법을 가르쳐주었다.

놀이도구라고는 구경은 커녕 개념도 없던 시절에 장기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그 안에는 연전연패가 이어지더라도 재미가 쏠쏠한, 만인에 공평한 규칙이 존재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 친구 한 명이 집에 놀러와서 형과 장기를 두게 되었는데

그 싸움의 형세는 미국과 북한 간의 전쟁과 다름 없었더라. 일방적으로 대패하는데

그의 전술은 놀랍고 경이로웠더라. 형과 내 싸움 땐 최고의 장수가 가로 세로 직선을

선점하여 독점하는 차(車)와 바로 눈앞에서 곡선운동이 가능한 마(馬)였다면

그의 주력은 포(包)와 상(象)이었으니, 계곡에서 넘어가고 언덕을 꺽어 달리며 

쾌도난마로 형님 진지를 초토화시키고

궁전 마저 제집 마냥 드나들며 유린하는데 아군은 속수무책이라

이미 기는 꺽여 다시 한 번 해도 그저 패배의 시간을 연장하는데 급급하더라.


"어, 잠깐만..."의 타임 불허, 

단호하고 신속한 손놀림, 

방안에 울려퍼지는 청아한 타격음과 콜, "장군!"

홀연 우리집 안방에 출연하여 장기로 형을 아작낸 그의 존재감은 

나중에 무협지를 읽을 때 갑자기 무림 최고의 비급이나 스승을 만난

주인공들이 느꼈을 기분에 넉넉히 공감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일단 상수의 실전 전술을 직접 보고 배우니 내가

문득 형을 이겨버리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형도 나름 패배의 아픔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수업을 받았지만 당신은

아름답고 완벽한, 형적(的)인 승리에 집착하느라 그랬던지

이상하게 그때부터는 내가 더 잘 두게 됐다.

점심 식사를 드시러 집에 들르시던 아버지도 이겨내는 수준이 되자 

집안에 적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직 쓴 입맛 다시는 소리나

한숨소리만 집안에 낭자했다(는 주관적인 기억)

밤에 이불을 덮고 천장을 보면 

천장에 거대한 장기판이 그려지고 그 위에서 말들은 춤추고. 

아주 나중에, 당시 동생이 어렸다는 게 다행은 아니었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자존심 강한 형은 이를 못 믿어해서 장기를 두었다 하면 이길 때까지 두니

급기야 놀이가 벌칙이 된 나는 요령껏 지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눈치가 9단인 형은 이것조차 용납하지 않았기에

나는 져도 진짜 실력으로 진 것처럼 보여야 하는 심리학도 독학으로 익히다가

6학년이 되어 담임 선생님 댁에서 과외를 할 때는

선생님의 특별 부탁으로 과외 시작 30분 전에 도착해서 대국에 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장기에는 '비기기'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처음부터 만방으로 이기고 있더라도 상대의 궁(宮)을 잡지 못하고

상대방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한 그건 비긴 게임이란 것.

집안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패가 있어야 했지만 밖으로 나오니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관행을 배운 것.







비김의 철학에 접하기 전

어느날 늦은 밤에 형으로부터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어떤 식으로 국민학교 5, 6학년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물을 수 없었지만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떤 수가 없었나. 아무 수도 없었나.

그의 장기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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參 (3)

슬렁슬렁 2018. 12. 9. 07:18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후학자가 자신의 성공을 선배들에게 돌릴 때 단골로 인용하는 이 말은

아이작 뉴턴(1643 - 1727)이 처음으로 했던 말이 아니다.

문헌상 1130년 베르나르 사르트르의 다음 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들과 같기 때문에

고대인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볼 수 있다."










3은 심오한 숫자다


하늘, 땅, 물

아침, 점심, 저녁

육신, 영혼, 정신

생산, 교환, 소비

경쟁, 재산, 영리

생성, 존재, 소멸

나, 너, 그들


자본주의사회라지만 

"내가 이유 없이 기분 좋았다면 이는 투명인간들의 노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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