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색깔의 물은 어떤 느낌일까?


연탄불이 꺼져 있는 아침은 정말 곤혹스럽다

하루에 보통 2장 정도를 가는데

어쩌다 교체 시간이 밤중이나 새벽으로 밀릴 때는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알면서도?


이때는 마당에 면한 쥔집 건넌방의 아궁이에서 생탄을 빌린다

(고 말하지만 아마 최초의 시도는 쌔빈 거나 마찬가지였겠지)

우리 집의 RGB #000000 원색의 연탄을 넣어주고 살아 있는 놈을 가져오는데

가끔은 그 집 밑불이 죽어있거나 간당간당할 때가 있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최악의 날은 잔불만 남은 놈을 가져왔다가 양쪽 집 불이 다 꺼진 어느 겨울철 아침.

그것뿐이었을까?




'한밤의 음악편지'와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 

야밤에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연탄가스중독은 서민의 트랜드 같았다.

첫 날, 학교에 잘 다녀온 다음에 내가 새벽에 죽었다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커먼 귀신이 나타나 따라오라며 손을 내뻗자

어머니는 고함을 치고 뿌리치며 저항하시다 눈을 떴는데

방안의 냄새와 분위기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방문을 활짝 열고 내려다보니

아들이 사지를 뒤틀며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지.

들려주신 방법이 조금 급진적인 것같지만 여튼 당신의 인공호흡으로

살아났다니 이 몸은 어머니로 인하여 두 번이나 태어남을 당한 거지.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당신은

나에게 나타나는 모든 육체, 인지, 정서적 불량의 원인으로 그 가스 탓을 하시곤 했다.

그러면서 그 여편네는 박카스 한 병으로 퉁치고 넘어갔다는 후렴을 꼭 덧붙이셨고.


정말 그것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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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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